커뮤니케이션 스킬은 이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건 중 하나다.
머릿속에 아무리 좋은 생각이 담겨있다고 해도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표현하거나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이들의 재능을 찾아내 그를 토대로 더 큰 능력을 발휘하도록 키워주는 다중지능교육, 가장 중요한 언어지능이다.
성공에 필수적인 언어지능
더 이상 IQ 테스트에 매달리는 엄마는 없으리라 믿는다. 지금까지 아이의 머리가 얼마나 좋으냐를 따지는 IQ에 집착했다면 이제 아이의 머리가 어떻게 좋으냐는 다중지능이 대세다
지금까지의 지능 개념은 언어나 수리 등 한쪽으로 치우친 협소한 개념이었다. 하지만 가드너 박사가 제창한 다중지능은 지능이 단일하다는 과거의 생각에서 벗어나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살피는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한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음악지능, 인간친화지능, 자기이해지능, 자연탐구지능 등 8가지 지능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이 지능은 파이 조각처럼 나뉘어 있고, 영역별로 역량이 조금씩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이론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어느 하나의 지능이 뛰어나고 다른 지능이 떨어지는 아이가 있다면 유전적 지능에 후천적으로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해 조금 더 뛰어난 아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언어지능은 다중지능에서 가장 보편적인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말하고, 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이다. 언어지능이 높다는 것은 언어를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말을 잘하거나 글을 잘 읽는 것 외에 이야기를 재미있게 한다든지, 듣고 본 것을 잘 전달한다든지, 분위기와 상황에 맞춰 단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 등이 언어지능이 높은 사람에게 나타나는 특성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잘 이해시키고, 설득을 잘하며, 외국어를 배우는 데도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말하는 것을 좋아해 친구나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등 사람을 가리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책을 읽거나 무언가 끼적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단어를 유추하는 능력도 뛰어나 하나의 단어를 알려주면 “어, 그러면 이 단어도 이렇게 쓸 수 있는 거야?” 라고 묻는다든지, 어떤 물건을 어떤 상황에서 쓴다고 가르쳐주면 “저것도 같은 거야?”라는 식으로 언어 표현을 통해 새로운 개념을 구성해내는 능력을 보이는 것 역시 언어지능이 높은 아이들의 특성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특정 영역의 지능을 가려내기 위한 한 가지 기준은 없다는 것이다. 글자를 몰라 책은 못 읽지만 이야기를 재미있게 한다거나 다양한 어휘를 재치 있게 사용한다면 그것 역시 언어지능이 높은 것이다. 똑같이 언어지능이 높다 하더라도 성격과 성향에 따라 나타나는 특성은 다르다. 내성적인 아이는 혼자 조용히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활발한 아이는 친구들과 어울려 재잘대기를 좋아할 수 있다.
언어지능이 높은 아이들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아 대부분 인간친화지능이 높은 편이다.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달변가가 많으며 정치인이나 연설가, 변호사, 아나운서 중에 언어지능이 높은 이들이 많다. 또한 글을 잘 쓰는 이들 역시 언어지능이 높은 사람들로 작가를 비롯해 기자, 번역가, 평론가 등이 있다. 이외에도 말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영업사원, 학원강사, 개그맨 등도 포함된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설득을 잘하고, 다른 사람의 심금을 울리며, 웃고 울리는 이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아이는 언어지능이 높을까?
다중지능 교육의 기본은 아이는 최소한 한 가지라도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있고, 이를 통해 가르치면 좀 더 성공적으로 교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강점과 약점을 아는 일이다. 평소 아이가 어디에 관심이 있고, 어느 것을 잘하는지 관찰하는 일이 필요하다.
check list
말 잘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환영받는다
청산유수로 좌중을 이끄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얼굴 한 번 빨개지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또박또박 사람들에게 설명을 잘 해주며, 글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이들을 만났다.
장소와 상대, 내용에 따라 다른 목소리와 태도를 취해요
변호사 강희정
“모르는 사람이 이야기를 걸어오면 ‘예’, 아니면 ‘아니오’라고 단답형으로만 대답했어요. 의사표현이나 감정표현도 전혀 하지 않았고요. 심지어 준비물 사러 문구점에 가는 것도 어려워했다니까요.”
그녀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수다스러웠던 언니들 덕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터라 식구들과 부대낄 기회가 많았는데 4녀 중 막내딸이다 보니 언니들이 학교 갔다 돌아오면 이것저것 물어보는 게 많고, 그런 분위기에 점차 동화되었다. 이와 함께 그녀의 닫힌 입을 여는 데 도움이 됐던 것은 바로 책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서 말을 조금씩 논리적으로 하고, 언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등 표현력이 좋아지는 걸 느꼈어요. 또 고시공부를 하면서 친구들과 스터디한 것도 큰 도움이 됐어요. 처음엔 낯설어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토론을 계속하다 보니 요지를 말하고, 반론을 제기하고,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또박또박 말하는 연습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러면서 말하는 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 변호사는 상황과 상대, 말하는 장소, 전달하려는 내용에 따라 목소리와 제스처를 달리한다. 넓은 법정에서는 큰 목소리로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말만 하고, 억울해하는 의뢰인을 만날 때면 속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무작정 들어준다. 답답한 마음에 변호사를 찾아온 이에게 처음부터 어려운 용어를 사용해 “그렇게는 안 돼요”라고 하면 상대방을 자극해 대화를 이어나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평소 친구들을 만날 때면 한 톤 올라간 억양으로 이야기해 흥겨운 분위기를 만든다는 그녀는 방송을 위해서도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방송이라는 특성상 시간 제약이 있고, 적합한 언어구사법이 있잖아요. 용어가 너무 어려워도 안 되고, 그렇다고 법률적인 설명이 배제 되어도 안되니까요.”
처음엔 떨렸지만 그럴 때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가는 패널에게 집중했다. 그들이 재미난 이야기를 하면 함께 웃으며 긴장을 풀고, 그 분위기에 동화되려 한 것.
“살면서 말을 잘한다고 느끼는 사람은 그 말을 통해 자신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사람이에요. 화려한 미사여구를 사용하거나 뛰어난 지식을 담고 있지 않더라도 부드러운 억양이나 상황에 맞는 단어 선택, 제스처를 통해 ‘이 사람은 참 아름다운 생각을 하고 사는구나’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사람이요.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많이 배우려해요.”
“말이나 글 등 언어 표현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예전 같으면 대가족 속에서 엄마 아빠는 물론 할머니와 할아버지, 고모, 삼촌 등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동안 엄마에게 배우지 못하는 것을 할머니나 숙모에게 배울 수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잖아요. 요즘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쌓지 못하고 사는데 독서를 통해 정신적인 체험을 하는 거죠.”
아이를 사랑해도, 방법을 몰라 머뭇거리는 아빠라면 동화 속 자상한 아빠가 아이에게 말을 어떻게 거는지 방법을 배울 수 있고,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에 익숙해질 수 있다. 또 장르에 관계없이 책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 채워지는 것이 많아지고,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늘어나 말이나 글, 혹은 그림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분출하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만화나 영화 등 영상물에 많이 노출되잖아요.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만의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데 스크린에서 다 보여주니 상상할 필요가 없죠. 주변에 보면 엄마들이 아이들 글쓰기에 관심이 많지만 머릿속에 아무것도 없는데 그저 글을 쓰게 하는 것은 글씨 연습에 불과한 거예요. 물을 들이부어야 물이 넘치고, 그것이 글로 나타나는 거예요. 이를 위해 책을 읽는 게 아주 중요하죠.”
일기를 쓰는 것 역시 글 쓰는 능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절대 일기 검사를 하지 말라는 것. 누군가 읽는다는 것이 전제가 되면 아이는 속마음을 그대로 표현할 수 없다. 순진무구한 진심을 드러내는 글을 쓰도록 도와주자.
“무엇보다 글이나 말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실하게 알아야 해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분명하게 알아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고, 다른 이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모호한 사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표현도 못하고 ‘~같아요’라는 추측성 발언을 하는 것이에요.”
그녀는 모국어라 하더라도 말하는 것을 연습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무언가 유익한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강박관념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 옛날 시골에서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정자 앞에 옹기종기 모여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말을 걸고 이야기하듯이, 할머니가 머리맡에서 손자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며 표현력을 키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말이 없으면 ‘점잖다’는 인식이 강하죠. 하지만 말을 하지 않으면 사고가 무뎌지고, 표현하는 방법도 모르게 돼요. 어린 시절 속마음을 잘 표현하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점점 표현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마음에 있는 것을 밖으로 꺼내놓는 것을 꺼리고, 그렇다 보니 어쩌다 한번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분위기 맞추지 못한다는 말을 듣는 거예요.”
평소 마음속에 생각한 것,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말로, 글로 자연스럽게 꺼내놓을 수 있는 환경, 그것이 언어지능을 높이는 기본이다
“그때 제가 질문할 내용은 총 5개였어요. 그런데 4번째 질문을 했을 때, 해설가가 5번째 질문의 답까지 설명을 곁들였는데 제대로 듣지 않고 있다가 말이 끝나고 이미 말한 내용을 또 물어본 거예요. 떨리기도 하고, 정신이 없다 보니 아무 말도 안 들리고 제가 할 말만 생각했다가 실수한 거죠.”
이제는 손꼽히는 스타 아나운서로 자리잡았지만 이때의 실수는 지금도 대화할 때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약이 됐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잘 들어야 해요. 잘 들어야 질문도 할 수 있고, 적절한 반응을 보일 수 있어요. 의외로 상대가 말할 때 듣지 않고, 머릿속으로 자신이 해야 할 말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아이와 함께 지낼 때도 ‘애가 하는 말이데, 뭘’ 하는 생각에 주의 깊게 듣지 않고 ‘응, 응’ 넘겨버리는 부모가 많은데 그는 아이들의 말 속에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며 잘 들어줄 것을 조언한다.
상대가 나에게 호의적이라 생각하며 자신감을 갖고이야기하라
평소 주위에 말 잘하는 사람을 보며 담아낼 것, 버릴 것을 배우는 것도 말을 잘하기 위한 연습에 큰 도움이 된다. 사람들과 만날 때나 방송을 모니터하면서 ‘저런 상황에서는 저렇게 대처하는구나, 저런 방송에서는 저렇게 이야기를 풀어가는구나’ 하고 메모한다는 그.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의 방송을 보고, 듣는 일이다. 어떤 상황에서 시도했던 애드리브가 적합했는지, 혹시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은 없는지 등을 고민하다 보니 말하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한 적은 없다.
부드러우면서도 상대방을 잘 배려하는 대화법이 강점인 그가 말을 잘한다고 꼽는 이는 바로 개그맨 박수홍이다. 혼자 신나서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기보다 상대방을 잘 배려하고,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좋은 대화의 기본이죠. 이야기를 나누면서 상대방을 칭찬해보세요. 서로 마음을 열 수 있고,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져요. 예를 들어 늘 밥을 남기던 아이가 밥을 다 먹으면 칭찬해주는 거예요. 가족간에도 칭찬해주는 일이 흔하지 않다 보니 처음엔 쑥스러울 수 있어요. 우선은 자기 자신부터 칭찬해보세요.”
거울을 보며 “어머, 오늘은 표정이 밝아 다른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네”라는 식으로 칭찬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다른 사람도 어렵지 않게 칭찬해줄 수 있고, 이를 통해 절로 대화를 끌어나가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마련이다.
“자신감을 갖는 것도 중요해요. 많이들 하는 얘기지만 새내기 시절 방송에 들어가면 스태프와 카메라를 친한 친구로 생각했어요. 또 공개 녹화나 야외 방송 등을 할 때 사람들이 많으면 ‘아, 다 우리 일가 친척들이 왔구나’, ‘나에게 호의적인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며 방송했고요. 그러다 보면 떨리는 증상이 사라지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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