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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수욕장] 부산 바다의 발랄한 변신

현정 (炫貞) 2007. 8. 4. 00:14

[부산 해수욕장] 부산 바다의 발랄한 변신

해수욕장은 전시 중
writer 박상준 photographer 박용구

부산의 해변이 변하고 있다. 그저 모래만 간질이는 백사장이 전부가 아니다. 바다 안에서 또는 바다 밖에서 진귀한 예술 작품이 피서객들을 매혹할 준비를 마쳤다.


고래가 나타났다!
송도 해수욕장의 고래등대

60~70년대 연인들은 부산의 송도 해수욕장을 즐겨 찾았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다 이유가 있었다. 송림공원과 거북섬 사이를 잇는 구름다리의 스릴 때문이다. 흔들리는 다리의 리듬에 슬쩍 몸을 맡겨 연인의 품에 안기는 게 당시의 낭만이었다. 해수욕장 위로 케이블카도 오갔으니 이만한 데이트 장소가 없었던 셈이다.

시간이 흘러 송도 해수욕장도 많이 변했다. 오랜만에 찾은 이라면 그 변화에 어리둥절할 게다. 길을 잘못 찾은 건 아닌가 싶을 게다. 구름다리도 없고 케이블카도 없다. 바닷가는 아주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모래사장의 모래도 풍성해졌고 해안선을 따라 벤치와 녹지공간도 조성됐다. 모래가 쓸려 내려가면서 해수욕장의 역할을 점점 상실해가던 것을 몇 해 전 재정비한 결과다. 그 말끔한 풍경이, 옛 추억을 간직한 이들에게는 조금 섭섭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쓸쓸함을 달래줄 또 다른 볼거리가 생겨났다. 그것은,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정감이 간다. 새로운 추억 하나쯤 만들어보고 싶다는 맘이 생길 법도 하다.

지난 3월에 설치된 고래등대다. 정확히 말하면 ‘무지개를 몰고 온 고래이야기’다. 등대이기도 하고 예술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유일의 해수면에 설치된 예술 작품이란다. 등대 하면 원기둥 모양을 하고 하늘로 솟아 있는 형태를 떠올리겠지만, 송도 해수욕장의 고래등대는 이름 그대로 고래형상을 하고 있다.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다. 고래등대는 5개로 이뤄져 있다. 가장 큰 녀석이 귀신고래인데 머리와 꼬리를 제외한 몸통은 물속에 숨어(?) 있다. 등대를 지탱하기 위해서 25m 수중에 지지대를 설치했다. 머리와 꼬리의 간격은 50m쯤 되는데 모래의 유실을 막기 위해 설치된 제방의 위치를 표시한다. 이 사이로만 배들이 다닐 수 있다. 키가 크지 않지만 지표 역할에 충실하니 분명 등대인 셈이다. 귀신고래 외에 무지개를 타고 넘는 돌고래 형상도 있다. 돌고래가 빨강, 주홍빛의 무지개 위를 넘어가는 형상이다. 귀신고래를 중심으로 수면 위에 설치된 것도 있고, 거북섬 쪽에 자리를 잡은 것도 있다.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그마한 변화도 공간에 생기를 부여한다.

거북섬까지 이어지는 흔들다리는 없지만 연결로를 따라 들어갈 수 있다. 거북섬은 송도 해수욕장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구실도 한다. 해안가 쪽으로는 고래등대를 비롯해 해안선의 풍경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먼 바다 쪽으로는 컨테이너선이 유유히 떠다니는 걸 볼 수 있다. 먼발치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형태의 거북등대가 하나 더 있다. 거북 형상의 밑동 위에 세워진 원기동 모양의 등대다. 노란색과 검은색이 대비를 이룬다. 거북섬은 여전히 송도 해수욕장의 명물이다. 연인 사이건, 친구 사이건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장소는 여전히 거북섬이다. 송도 해수욕장은 해안선이 다른 바다에 비해 긴 편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여름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올해는 새로이 생겨난 주변의 이색적인 볼거리 때문에 한층 더하지 싶다. 그래서 조금 이른 여름인 6월에 찾는 것이 제격이다.

밤바다는 빛의 잔치
광안 해수욕장의 바다·빛 미술관

밤바다를 빙 둘러 안은 불빛이 환하다. 광안리는 이제 낮보다 밤이 더 밝고 아름답다. 낮의 더위를 바닷물로 식힌다면, 밤의 열기는 찬란한 불빛들이 부채질한다. 광안대교가 들어서면서는 부산의 대표적인 밤 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 됐다. 부산의 랜드마크로 광안대교의 야경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잖다. 수평선과 나란히 지나는 광안대교는 서울의 한강을 가로지르는 그 어느 대교보다도 화려하다. 민락회타운의 노천 카페에서는 그 밤풍경을 탐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이들도 많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새롭게 단장한 호텔이며, 주점이 경쟁하듯 들어선다.

환락의 밤만 풍성해진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초에 개관한 빛·바다 미술관은 광안리를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시켰다. 광안리의 밤바다를 환하게 비추는 것은 인근 상점가의 네온사인만이 아니다. 외려 그보다 찬란한 빛은 빛·바다 미술관에서 출발한다.

빛·바다 미술관이 들어서고 나니 밤바다를 걷는 운치도 한결 값있어졌다. 술잔을 기울이기보다 백사장을 따라 걷는 연인들이 많아진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렇다고 빛·바다 미술관의 입구를 찾아 헤매다가는 금세 날이 새고 말 게다. 빛·바다 미술관은 광안리의 해안가의 보도를 따라 자리한 야외 미술관이다.

백남준의 디지테이션(Digitation)을 비롯해 세계적인 작가들의 여섯 작품이 광안리에 자리 잡았다. 제니 홀처의 ‘빛의 메시지- 부산을 위하여’, 심문섭의 인류의 빛, 장 피에르 르노의 ‘생명의 원천- 화분’, 얀 카슬레의 ‘은하수바다’, 샤롤 드 모의 트레일러 연작은 다채로운 표현방식으로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보도변 중심의 디지테이션(Digitation)은 누가 보아도 백남준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참여 작가의 작품을 아우르는 등대와도 같은 구실을 한다. 자그마한 텔레비전을 탑처럼 쌓아올렸는데, 그 모양은 마치 팀 버튼의 영화 <화성침공>에 나오는 외계인들의 뇌를 닮았다. 사방 어디에서나 감상이 가능하다.

모래사장 위에 비춰진 문자의 환영이 보인다면 그건 제니 홀처의 작품 ‘빛의 메시지- 부산을 위하여’다. ‘텍스트’를 자신만의 표현 수단을 택하고 있는 그는, 현실과 비현실, 말과 실제 사이의 관계를 질문하고 있다. 그 의미를 골몰하지 않아도 표현 그 자체가 독특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심문섭의 ‘섬으로 가는 길’은 빛의 선과 색으로 표현된다. 광안 해수욕장의 해안선에는 첨성대 모양의 대포 같은 물체가 있다. 이곳에서 빛이 발사돼 밤바다 위에서 유영하듯 오묘한 몸짓을 만들어낸다. 부산 시민과 인류의 안녕, 바다의 풍요를 기원하는 일종의 제례의식이라 할 수 있다.

샤를 드 모의 작품은 언뜻 보면 평범한 전광판 같다. 해변가에 세워진 생뚱 같은 전광판 같지만, 그 안에 담긴 영화 예고편을 닮은 영상에 그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당신은 미래의 우주비행사, 죽음 또는 명예, 외계인의 지성은 지구로부터 등은 실제 하는 영화의 예고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보는 이들이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볼 수 있게 돕는 구실을 한다.

장 피에르 레노는 ‘화분’이라는 일상적 사물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다. 광안리에 설치된 ‘생명의 원천- 화분’은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큰 화분에 해당한다. 그의 화분은 시간과 장소, 형태 등을 달리하며 다양한 의미를 유추해내도록 한다.

얀 카슬레의 ‘축복의 빛’은 방문객들이 가장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작품이자, 가장 쉽게 지나치는 작품이다. 보도와 해안선의 경계를 따라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의 꼬마전구처럼 불빛을 반짝인다. 바닷물의 잔거품이나 물보라를 연상시키는 그의 축복의 빛은 바람 따라 흔들릴 때 더욱 아름답다. 그리고 가장 친근한 작품이기도 하다.

송도 해수욕장 051-240-4060(부산시 서구청 문화관광과)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 도시고속화도로 부두 방면 - 구서IC - 국도 7호선 연제구 방면 - 국도 77호선 안남동 방면 - 송도 해수욕장

바다·빛 미술관 051-888-3463(부산광역시 문화예술과)
찾아가는 길경부고속도로 - 도시고속화도로 부두 방면 - 구서IC - 광안터널 - 대연동 방면 - 광안리 바다·빛 미술관

Check Point
송도 해수욕장 - 해안산책로를 걷다
거북섬에서 마주보이는 산자락으로는 산책로가 나 있다. 안남공원과 송도 해수욕장을 잇는 796m의 해안산책로다. 갯바위 위에 계단식으로 빙 돌아 안남공원까지 이어진다. 바다의 풍경을 탐하며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코스다. 산책로 아래로는 갯바위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종종 눈에 띈다. 산책로 중간에는 벤치가 한두 개씩 있는데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며 상념에 젖기에 좋다.

광안 해수욕장 - 12시를 넘기지 마라
당신이 신데렐라가 아닐지라도 광안 해수욕장은 자정이 되기 전에 찾는 것이 좋다. 화려한 광안대교의 불빛도 12시가 넘으면 그 윤곽만 남긴 채 불을 끈다. 밤 12시 전과 후의 광안대교를 비교하면 그 감흥은 하늘과 땅 차이다. 광안대교의 야경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밤 12를 넘기지 말 것. 물론 밤 11시 30분쯤 찾는다면 그 전후의 모습을 비교해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광안대교만이 아니다. 바다·빛 미술관의 작품들 역시 빛이 없으면 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없다. 예술 작품이라 할지라도 ‘절전’ 앞에 장사 없다. 12시를 전후해 불이 꺼진다. 물론 백남준의 디지테이션이나 얀 카슬레의 축복의 빛 정도는 그 빛을 간직하고 있어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바다·빛미술관의 빛이 남아 있는 시간은 계절이나 현지사정에 따라 유동적이니, 미리 확인하는 것도 지혜다. 그렇더라도 12시 전에 찾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맛집
국내 최대 시푸드 레스토랑
드 마리스

해운대에 국내 최대 규모의 시푸드 뷔폐 레스토랑이 생겼다. 실내면적만 800평이다. 고풍스런 인테리어에 메뉴만도 250여 가지다. 광어, 도미, 우럭 등 각종 활어는 물론이요, 이탈리아 음식과 중국 음식도 있다. 롤 요리도 30여 가지에 이른다. 지난 3월 23일 문을 열었는데 그 사이 입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해산물을 중심에 두고 있지만 굳이 한정짓지는 않는다. 연령이나 성별을 초월해 모든 손님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심재현 부장의 말을 빌리면 “일식, 양식, 중식별로 손님의 입맛에 맞춘 즉석요리를 선보인다. 일부 재료는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1588-3798 ●11:30~15:50 17:00~22:00 ●주중 런치 2만2000원 디너 2만7000원, 주말 런치 2만6000원 디너 2만9000원(부가세 불포함), 어린이 일괄 2만2000원 ●해운대 장산역 시티코아 2층


   ▶출처 : [마이프라이데이] 기사 본문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