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가 있는 공간]/아름다운 주택들...

이호재의 일산 목조주택

현정 (炫貞) 2007. 6. 2. 12:42
        이호재의 일산 목조주택
 

목구조의 부드러움이 만든 ‘공간 미학’


일산 목조주택은 모양만 따온 서구식 목조주택이 아니다. 겉치레보다는 내실을 다진, 알짜배기로 지
은 집이다. 나무가 갖는 부드러움과 건축가의 모던한 감각이 연출한 일산 목조주택의 겉과 속.


◀ 가벽을 통해 본 계단실.

외관을 창문으로 마감한
계단실이 박스형 본채와
날개채를 묶어주고 있다.



▶ 본채 2층의 부부공간.

부부공간은 화장실과
침실로 구성되어 있다.

부부침실 옆에는 실내
발코니를 설치해 실내
생활의 답답함을 덜 수
있도록 했다.



▶ 안방에서 식당과 자녀방
쪽으로 본 모습.

스킵 플로어 평면은 반쯤은
막혀있고 반쯤은 열려있어
색다른 멋을 준다.


◀ 이 집의 중심인 계단실.

반층씩 오르면서 이쪽 채와
저쪽 채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계단실은 열린계단과 닫힌
계단으로 구성해 공간에
변화를 주었다.


▲ 본채 1층에 위치한 거실. 천장 두면에 보조조명을 달고 측벽엔 벽난로를 설치했다.


◀ 독립 공간으로 이뤄진
부엌.

부엌 공간은 부엌, 식당,
보조 부엌, 가사실로
구성되어 있다.

주부의 원스톱 생활이
가능한 공간이다.



스킵 플로어 평면이 만들어낸
‘넉넉한 보금자리’


목조주택 하면 뾰족 지붕이 떠오른다.
크고 작은 삼각뿔 지붕이 대여섯 개쯤 되고
앙증맞은 창문이 달린, 동화 속에 나오는
그런 집 말이다.

일산신도시 정발산 주변에 가면 이런 집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목조주택 바람이 불면서 서구식 목조주택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들이다.

그런데 국내에 들어온 서구 목조주택의 아류
들은 겉모습은 예쁘장하지만 속은 좁고 어두
워서 살기에 편치 않은 집들이 많다.

겉만 좋으면 속은 아무래도 괜찮다는 속물
근성이 낳은 산물인 것이다.

건축가 이호재가 설계한 일산 목조주택은
겉다르고 속다른 싸구려 목조주택과는 차원이 다른 집이다. 무엇보다 겉보다는 속에 많은 투자를 했
다는 점이 다르다. 목구조의 부드러운 속성을 십분 활용해 골격을 세우고 모던한 공간을 만들었다.

이 집은 계단실을 중심으로 나뭇가지처럼 펼쳐져 있다. 계단실에서 지그재그로 반층씩 올라가면서 본
채와 날개채로 들어가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날개채 지하층에서 반층을 오르면 본채의 거실로 갈 수
있고 거실에서 반층을 오르면 날개채의 부엌으로 갈 수 있다. 여기서 다시 반층을 오르면 부부공간,
다시 반층을 오르면 자녀 방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반층씩 구성하는 평면을 건축용어로 스킵 플로어(Skip Floor)혹은 스플릿 레벨(Split Level)
이라고 한다. 집을 스플릿 레벨로 구성하면 동선이 짧아지고 독립공간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공간과 공간을 독립시키면서도 시각적으로 적당히 오픈시키는 매력이 있다.

이 집은 오픈된 계단실을 통해 본채와 날개채가 적당히 간섭하고 있다. 부엌에서는 거실과 안방이 슬
며시 보이고 부부공간에서는 자녀 방과 부엌이 비껴 보인다.

독립공간으로 구성된 각 실 가운데 특히 볼만한 곳은 부엌이다. 부엌공간은 부엌, 식당, 보조부엌,
가사실로 나누어져 있어 주부의 원스톱 생활이 가능하다. 밥짓는 일과 다림질은 물론이고 취미생활
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부부공간의 구성도 재미있다. 침실 입구에 실내 발코니(집 속에 들어와 있는
공간)를 설치해 실내생활의 갑갑함을 덜 수 있도록 하였다.

다양하고 재미난 내부공간과는 달리 외관은 이렇다할 특징이 없다. 기역자형에 박스모양인 이 집은
화려한 것이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창고 같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유심히 살펴보
면 심플하지만 밋밋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 집의 외관은 살구색 오일 스테인을 칠한 적삼목 사이딩으로 마감되어 있지만 단조롭지는 않다. 단
색의 사이딩이 주는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가로 세로로 방형을 달리해 붙이고 계단실 외벽은 연두
색 오일스테인으로 띠를 둘렀기 때문이다.

적절한 가벽의 사용도 포인트 역할을 하고 있다. 거실 측벽에는 벽난로 굴뚝 때문에 튀어나온 부분
을 디자인적으로 커버하기 위해 가벽을 만들어 붙였으며, 마당 앞에 설치한 가벽은 시야를 한 차례
걸러 주고 날개채와 본채가 벌어져 보이는 것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한다.

겉모양은 무뚝뚝하지만 속만큼은 알차게 꾸며진 일산 주택을 보면서, 이제 집을 대하는 눈도 겉보다
는 속에 맞춰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이호재는 84년 일리노이대학 건축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건축 설계 실무를 닦았다. 96년 귀국해
아크로스 건축사사무소를 열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일산 마두동 주택', '이태원 주택' '양평 주택'
등이 있다. (3444-0147)

 

출처 : 주택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