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마약과도 같은 재미있는 놀이이다. 운동이라고들 하지만 온 몸을 비꼬아서 힘을 내는 즉 정상적으로 쓰지 않던 근육을 많이 쓰는 게걸음과도 같은 삐딱한 운동이다.
총리도 물러나게 하고 장관도 사퇴시키고 국회의원도 매스콤 앞에 나와 사과하는, 사람 병신 만드는 것이 골프다. 주부들도 한번 빠지면 살림은 뒷전이요,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아침 차려 놓고 나오기는커녕 굶겨 놓고 배짱 좋게 필드로 새벽같이 달려 나오게 만드는 것이 바로 골프다.
한마디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만드니 장례식장 가서 죽은 놈 이름 부르며 공치러 가자하면 죽은 지 3일 된 사람도 벌떡 일어나 걸어 나오며 클럽 가져오라고 소리친다고 하니 대단한 위력을 가진 것이 틀림이 없다.
이유가 뭘까? 한마디로 거기에는 아래와 같은 재미와 맛이 있기 때문이다. 두고두고 음미하기도 하며, 자꾸만 생각나게 만드는 끌리는 맛! 즉, 감칠맛이 있기 때문이다.
(손 맛)
골프는 온 몸으로 하는 운동이다. 그러나 두 손으로 느끼고 클럽을 휘두르는 스윙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두 손이다. 그립을 너무 꽉 잡아도 힘이 들어가고, 살짝 잡거나 땀에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클럽이 날라 가기도 한다. 단조 아이언으로 치면 공이 맞는 순간 느낌이 온다. 스윙 스팟에 맞아 공이 제 거리를 날아가 주는 맛은 이미 히트 하는 임팩 순간에 느끼는 손맛으로 골퍼는 이미 공의 향방을 알아차린다.
퍼팅 시 느끼는 손맛도 마치 낚시하는 사람이 토종 붕어 낚듯이 잘 맞은 공이 목표한 홀컵에 빨려 들어가는 퍼팅을 했을 때의 손맛은 짜릿하기도 하다.
어쩌다가 버디 퍼팅을 성공 시키고 난 후의 동반자들이 축하해주는 주먹이나 손바닥 부딪치는 세레머니는 골퍼의 손맛을 배가해준다.
(보는 맛)
골프장은 정말 아름답다. 입 소문으로 듣던 골프장에 처음 갈 때는 가기전날 밤은 설레임으로 잠 설치기일수이다. 마치 소개팅에 나올 여자에 대한 기대감 같이. 잘 가꾸어진 조경하며, 여기저기 피어 있는 꽃은 골퍼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호수나 연못 거기에 풀어 놓은 백조나 놀러 나온 오리가족을 보노라면 평화로움의 극치를 맛 볼 수가 있다. 비록 거기에 팔려서 내가 친 공이 거기에 빠질지라도...
녹색 그린을 걷노라면 발바닥은 카펫처럼 부드러운 촉감에 피곤하지가 않다. 막 깎아낸 잔디의 풀내음과 꽃향기에 취하다보면 18홀이 너무 아쉬울 때가 많다.
골퍼들은 나이와 무관하게 화려한 의상을 입고나와 동반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기도 한다. 평상시 입기 곤란한 원색의 의상 즉 빨강이나 노란색 혹은 푸른색의 현란한 의상으로 10년 내지 20년 이상 젊게 옷을 입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 골프만의 특징인가보다.
공의 색깔이 흰색에서 칼라 볼로 변신 시도 중 인가 보다. 여러 가지의 색깔을 가진 공이 금년 들어 많이 출시되고 있다.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가는 공이 그린에 안착하거나 백스핀 먹어 쭈욱 빨려 오는 모습에 우리는 아찔하도록 온 몸으로 골프의 묘미를 느끼곤 한다.
어쩌다 야간 경기를 할 때 클럽을 떠난 공의 비상을 바라보노라면 훤한 조명아래 선명히 멀리 멀리 멀어져가는 백구의 향연은 우리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골프장은 동물원이 되기도 한다. 한가로이 놀러 나온 고라니 가족이나, 오리 떼, 거위, 토끼 가족은 공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먹을 것을 주면 가까이 다가 오기도하니 이 또한 보는 즐거움이 아니랴!
(듣는 맛)
시냇물 소리나 새소리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에 근심걱정 잊어버리고 공놀이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마치 천국에 온 줄로 착각이 들 때가 있다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 야자수 잎사귀 사이로 살랑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행복하세요” 하는 문자 메시지를 남겨 놓고 간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요즘의 드라이버들은 대부분이 고유의 소리를 가지고 있다. “캥”하는 경쾌한 음을 내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신형 드라이버 퓨전 제품은 “퍽”하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아주 오래전 사용하던 퍼시먼 즉 감나무 채는 손맛이 좋았던 것 같다. 비록 비거리는 많이 나잘 않지만 약간 둔탁한 “탁”하는 소리가 그리워진다.
동반자들의 “굿 샷” 소리는 18홀 내내 아무리 들어도 좋다. 돈이 안 들어가니깐 웬만한 공은 굿 샷 하고 외쳐주는 것도 동반자의 귀를 즐겁게 해주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한국 골프장 홀컵의 특징인 퍼팅 떨어지는 “땡그렁 땡땡땡” 소리는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버디 퍼팅에 성공하여 동반자들과 손바닥 부딪치는 “짝” 소리도 우리의 기쁨을 배가 해준다.
(먹는 맛)
인생에는 여러 가지 낙이 있다. 그중에 아주 중요한 것이 바로 먹는 맛이라고 한다. 먹는 재미 빼고 살면 어떤가? 우주식량은 아주 소량의 영양 덩어리로 신진대사에 충분하다고 하는데 맛이 없다는 것이다. 완전식품이 맛이 없다면 사람들은 기피할 것이다.
골프의 맛은 라운딩 전이나 라운딩 도중에 그리고 19홀에서의 먹거리가 있기에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하는 것이다. 새벽 라운딩을 위해 골프장입구에서 먹는 해장국이나 클럽하우스에서 먹을 수 있는 올갱이 해장국은 시작을 기분 좋게 해준다. 허기짐을 면케 해주는 쵸컬릿이나 바나나도 골프장에서는 별미이다. 여름철에는 그늘집에서 먹는 팥빙수나 아이스크림 맥사(맥주와 사이다의 혼합)는 갈증을 확 날려 주기도 하며, 한겨울 스타트 전에 마시는 정종 한잔은 추위를 녹여 주고 온 몸을 따듯하게 해주는 에너자이져(?) 인가보다. 나는 더운 나라에서 라운딩 할 때 코코넛을 즐겨 마신다. 시원함과 독특한 향이 좋아서이다. 클럽하우스마다 특별한 요리가 있다. 대부분 김치찌개가 일품이다. 미국이나 태평양 건너 나라의 골프장에서 파는 간식용 핫도그나 불에 바로 구워 파는! 햄버거는 콜라와 함께 먹는 맛은 동네 가게에서 파는 것과 비교가 안 된다.
미니 스커트나 아주 짧은 핫팬츠를 입고 먹거리 싣고 다니며, 필드를 누비는 이동식 “19홀” “스넥카”로 불리는 전동카에서 음료수를 사서 마시거나 과자를 사서 먹는 맛은 마치 소풍 나온 어린이로 우리를 변신시키기도 한다.
(돈 맛)
오감으로 즐기는 골프는 흉이 되지 않지만, 주머니가 행복해지는 골프는 간혹 관직의 수명을 단축시키기도 하고, 패가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외국에서 심지어는 마샬에게 발견되어 골프장에서 강제로 퇴장 당하기도 한다. 유독 한국의 골퍼들은 내기를 좋아하여 80% 이상이 내기를 한다고 하니 큰일이다. 가벼운 내기로 캐디피 만들기나 식사비 정도 만드는 내기만 했으면 좋겠다. “오가는 현찰 속에 싹트는 우정?” 이런 소리가 더 이상 안 나왔으면 좋겠다.
(유혹 당하는 맛)
촉촉이 땀에 젖은 온 몸에 시원한 바람 한줄기 지나간 자리에는 상쾌함이 남아 있다. 손으로, 귀로, 눈으로, 입으로, 마음으로 온 몸으로 즐기는 것이 바로 골프의 묘미인가 한다. 19홀에서 그날의 아쉬움과 멋진 샷을 시원하게 잘 냉각된 맥주와 함께 안주삼아 되새김질하듯 곱씹는 맛은 감칠맛이 있어 좋다. 잡힐 듯 말듯, 잡혔다가는 도망가는 요상한 매력을 가진 그놈의 골프가 뭐길래, 한 주간을 쉬면 미치도록 생각나 병이 나도록 그냥 놔두지 않는 것이 골프다. 필드의 유혹에 빠져 가족들의 눈치, 회사의 눈치,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이리저리 피해가며 애인 만나러 가듯 설레임으로 밤을 지새우고는 새벽 댓바람이나 일과 중 몰래 도망치듯 빠져 나가는 것이 골프의 특징이요, 한번 맛을 들인 후에는 필드의 유혹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없는 것이 골퍼들의 공통? ÷?아닌가 한다. 몰카에 걸려 탄핵이나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수모를 당할지도 모르면서, 혹시나 싱글이나 홀인원, 이글 같은 거의 가능성이 없으나, 왠지 오늘은 찾아올 것 같은 JACK POT 터지는 날 기다리듯 허황된 꿈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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