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과 여행]/낚시의 즐거움

[스크랩] 낚시의 기본개념

현정 (炫貞) 2007. 5. 3. 15:31
낚시의 기본개념
  아랫 글에 농반 진반으로 '낚시질'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했더니 이를 오독하여 '대놓고 낚시질'이라고 하는 이가 있었다.


  자랑은 아니긴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는 상당히 일찍부터 '낚시'라는 표현을 써 온 축에 들고, 오히려 쪽팔리는 일이지만 심지어 용어의 보급에 상당히 기여(?)를 한 바가 있다. 요즘처럼 낚시질을 해도 '그러려니' 할 정도로 정상적인 글이 외려 드문 시대에는 믿기지 않는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낚시질 판정이 정말 정보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통신어가 가벼운 애교로 통하던 만큼이나 상호간에 대한 매너는 좋았고, 자신의 글 하나하나에 그만한 진정성을 쏟아내는 풍토가 있었다. 물론 그 전의 VT 시대로 간다면야 아예 한 줄짜리 리플은 존재하지 않기도 했기에 쉽게 쓰는 글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 영향으로 지금도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나 하려면 아무리 짧은 거라도 1시간 쯤은 고민하게 된다)

  낚시라는 용어가 일본 온라인에서 '釣り' (쯔리) 라 하는 개념이 그대로 들어온 것임은 잘 알려진 일이다. 원래 낚시라는 행위 (인터넷의 것 말고 실제 세계의) 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서양 (특히 미국) 의 'Fishing'은 아웃도어 레저의 일종으로, 호연지기를 바탕으로 하는 오락 행위이다. 등산이나 래프팅과 같은 맥락의 활동이라 봐도 별 무리는 없다. 한편 중국에서는 과거 강상의 설화에서 보듯이 낚시가 상당히 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의 낚시가 울창한 숲속의 개울에서 낚싯대를 들고 자연과의 일대 대치를 벌인다는 인상이 있다면, 중국의 낚시는 호수에 낚싯대를 드리워 두고 소요하는 행위가 연상된다. 어느 쪽을 보아도 낚싯대에 걸려드는 물고기는 부차적인 것이고, 그 본질은 오히려 인간의 기질을 발산하는 데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 오면 그 의미는 달라진다. 당장 '인공낚시장' (管理釣場) 이라는 것이 가장 먼저 생긴 곳이 일본이라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일본의 낚시객이 즐기는 것은 바로 흔히 말하는 '손맛'이고, 얼마나 자주, 큰 것을 낚느냐가 관건이 된다. 한편 한국에 비해서는 그 가치는 낮아 보이지만 '어쨌든 많이'도 만만찮은 가치인 듯하다. 이렇기에 게시판 난동질을 낚시질에 비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 경우 취미상의 문제로 드나드는 커뮤니티 중 일본쪽과 연관이 있는 곳이 여럿 있었다. 이 때문에 '낚시'라는 용어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초기에 다른 데서 '낚시'라는 표현을 쓸 경우 그 개념을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있었던 시기조차 있었다. 당시만 해도 미꾸라지는 간혹 가다 나타나는 정도였고 그 테크닉(?)도 초보 수준이어서 정말 드러나 보이기 때문에 낚시질 판정은 그리 어려운 건 아니었다. (지금도 그런 수준의 난동질은 간혹 보인다. 주로 인조이저팬같은 곳에서.) 이제 와서는 아무 데나 낚시 운운하다 보니 별 의미도 못 찾을 일이다.


  '낚시질'이라는 표현은 역으로 보면 다른 의견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사실 내 자신도 이 점에 대해서는 반성할 필요가 있지만, 적어도 상대방의 진정성만이라도 받아들인다면 낚시 타령은 좀 덜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출처 : 거두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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