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영남권 | 산청문화유적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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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면시유배지-겁외사-남사예담촌-남명유적지-덕천서원-밤머리재-한방휴양관광단지-구형왕릉-생초조각공원으로 이어지는 산청문화유적투어의 중심은 아무래도 남명 조식이 남겨놓은 자취들이다. 덕천서원, 산천재, 남명묘소 등으로 이루어진 남명유적은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다간 한 선비의 올곧은 자취로 천왕봉만큼이나 높고 무겁다.
남명은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도학자로서 동시대의 퇴계 이황에 버금가는 학문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이 부각되지 못했다. 벼슬을 일절 사양한 채 지리산에 은둔하여 학문에만 전념하였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그밖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그의 족적은 오랫동안 소외돼왔다. 관직을 멀리하고 지방에 은거하여 학문에만 전념하였던 그였지만, 그의 명성은 자자하여 그 제자가 되길 원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정구, 곽재우, 정인홍, 이제신, 김효원 등이 모두 그의 제자로, 지리산 일대에서 문풍을 일으킨 학자들이었다. 이들의 특징은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한결같이 의병활동에 직접 참여한 선비들이란 점이다.
산청의 문화관광해설사 안승필씨(49)는 경남 김해 출신으로, 6년간의 미국생활을 접고 귀국을 결심했을 때, 여고시절 그 자연경관에 흠뻑 빠져들었던 산청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마침내 산청에 자리잡은 그녀는 미국에서 익힌 영어실력을 살려 초등학교 영어특기적성교사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먼저 문화유산해설사로 활동하던 남명의 14대 손 조종명씨의 권유로 2004년부터 문화관광해설사로 나섰다. 비록 산청 출신은 아니지만 누구보다도 산청을 사랑했던 그녀로서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 아닐 수 없었다.
해설사로 일하면서 남명의 사상에 눈을 뜬 그녀는 시간이 흐르면서 남명의 철학과 학문에 빠져들기 시작해 마침내는 존경을 넘어 앙모의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요즘 학자들은 물 뿌리고 비질하는 법도도 모르면서 입으로만 천리를 논한다. 왼종일 시장을 두루 다니면서 진귀한 보석들을 보고 그 가격만 논하다가 빈손으로 돌아오는 것보다 한 마리 생선이라도 사들고 오는 것이 학문을 하는 사람이다.
‘배운 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이는 배우지 않음만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죄를 범하는 것이 된다’는 남명의 경의(敬義, 마음이 밝은 것을 ‘경’이라 하고 외적으로 과단성이 있는 것을 ‘의’라 함)사상은 크고 넓다. 그런 사상을 어린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일은 그녀에게 또 다른 어려움이었다. 아이들은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지루해하기 일쑤였고, 시간이 지날수록 곧잘 딴전을 피웠다. 고심하던 그녀는 영어를 활용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냈다.
“룩 앳 미(저를 보세요).”
“룩 앳 티쳐(선생님을 보자), 원 투 짝짝….”
기자가 동행했던 날 남명유적관을 찾은 신안초등학교 학생들은 한껏 흐트러져 있다가도, 안 해설사가 먼저 영어로 운을 띄우면, 영어로 화답하며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또 이렇게 아이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신안! 신안!”
“위아 히어!”
아이들이 집중한다 싶으면 그녀는 최대한 알기 쉽게 남명의 사상을 설명한다.
“창문을 깨끗하게 닦으면 속이 환히 들여다보이지요? 그렇게 마음의 더러움을 닦아내면 옳고 그름이 보이고, 그에 따라 실천하는 것이 ‘경’이고 ‘의’인 것이지요.”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정신문화연구소 남명학연구원 박병련 교수가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손님 한 분을 모시고 왔다. 그 분을 앞에 놓고 남명의 옛글을 인용하며 한껏 설명을 늘어놓았는데, 잠자코 듣고 있던 손님은 설명이 끝나자 빙긋 웃으며 어깨를 한 번 가볍게 두드려주고 가셨다. 그런가보다 했던 그녀는 얼마 후 우연히 EBS방송을 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때 그 손님이 방송에 나와 강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손님은 바로 민족문화추진위 국역연수원 교수로 있는 국학의 대가 성백효 선생이었다. 그후 성 교수가 다시 남명유적관을 찾았을 때, 그때의 ‘낯 뜨거움’을 아뢰자, 선생은 오히려 대견하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산청을 찾는 이라면 우선 지리산의 산세와 풍광에만 온통 넋을 빼앗기기 십상이지만, 지리산의 큰 품이 기른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그에 못지않음을 기억해두시라. 문익점이나 남명이나 성철의 자취가 그러하지만, 그를 기리며 그를 좇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 역시 그러하고, 설사 그런 깊은 생각과는 무관하다 한들, 지리산 자락에서 소박하고 진실하게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삶 또한 그러한 것을.
유성문<객원기자> rotack@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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