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의 4월...복사꽃에 취하고 대게 맛에 반하고
연중 여행하기 좋은 때를 꼽자면 단연 4월을 추천할 법하다. 칙칙하고 을씨년스럽던 분위기가 부드럽고 화사하게 바뀌는 계절의 변이를 고스란히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초목이 막 연초록으로 옷을 갈아입는 시절 봄꽃과 어우러진 대자연의 풍광은 한 폭의 그림에 가깝다. 부드러운 봄바람에 이끌려 도심을 벗어나면 일단 눈과 코가 즐거워진다. 따사로운 봄 햇살 아래 핑크빛 복사꽃이며, 하얀 벚꽃이 꽃비를 뿌려 대고, 매혹적 향훈을 따라 꽃 터널이라도 걷게 된다면 이만한 봄나들이가 따로 없다. 이즈음 경북 영덕을 찾으면 그야말로 무릉도원의 정취에 푹 젖어들 수 있다. 지품면 오십천변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복사꽃 구경에 연중 가장 실하게 살이 오른 대게 맛을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망졸망 포구 따라 이어지는 강축해안도로를 질주하며 바라보는 동해의 일출은 답답한 가슴마저 시원스레 뚫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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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도원'이 눈에 한가득 |
지품면 온통 핑크빛 … 오십천변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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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밭이야 어느 지방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이즈음 장호원, 충주, 청도 등 전국 복숭아 산지마다 복사꽃이 한창이다. 하지만 여행지로 추천할 만큼 멋진 풍광을 자아내는 곳으로는 영덕 지품면 일대만한 곳도 드물다.
주왕산을 품은 청송군과 동해안 영덕군 사이에는 황장재라는 고개가 있다. 안동에서 청송을 지나 영덕으로 넘어가는 34번 국도에 위치한 험한 고개다. 하지만 차창 밖으로 짙은 소나무 숲과 산벚꽃, 진달래 군락의 절경이 이어져 풍광도 일품이다. 4월 중순 이 고개를 넘자면 별안간 펼쳐지는 무릉도원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황장리, 지품리, 복곡리, 신안리 등 영덕군 지품면 일대 산과 들에서는 때를 맞춰 핑크빛 복사꽃이 만발한다. 가파른 산비탈에도, 물가의 평평한 밭에도 온통 복사꽃 천지이다. 쪽빛 하늘, 그리고 분홍빛 복사꽃과 초록의 보리밭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복사꽃 물결은 강구항을 통해 동해로 흘러드는 오십천을 따라서 계속 이어진다. 영덕읍과 인접한 화개리 오십천변, 영덕에서 안동 방향 8km 지점 오천솔밭에서 절정을 이룬다. 사진작가들 사이 유명 사진 촬영 포인트로 통하는 곳이다.
이처럼 영덕이 복사꽃으로 유명해진 데에는 아픈 내력이 있다. 50년대 후반 사라호 태풍이 한반도를 덮쳤을 때, 영덕의 전답도 완전 폐허로 변했다. 농민들은 태풍의 상흔에 복숭아 나무를 심었다. 때문에 영덕의 4월에 피어나는 복숭아꽃은 농민들이 아픈 상처를 딛고 일어선 노력의 결실인 셈이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복숭아꽃은 영덕대게와 함께 봄철 영덕 관광을 대표하는 효자 브랜드가 되고 있다.
'꽉찬 게살'이 입에 한가득 |
강구항 등서 마리당 2만5천원 먹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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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 강구항의 아침은 대게 경매로 분주하다. 사나흘 밤을 새고 돌아온 대게 잡이 배가 싱싱한 대게를 부려댄다. 적을 때는 한 척, 많을 때는 예닐곱 척이 입항해 척 당 1만 마리 가량을 풀어 놓는다. 아침 8시30분에 시작한 경매는 9시가 채 못돼 순식간에 끝난다. 하루 평균 거래액은 1억~2억원 정도. 하지만 작황이 예년만 못한 수준이다. 20년 경력의 지정 경매인 강태선씨(43)는 "올해는 윤달이 끼어 4~5월 막판으로 갈수록 작황이 좋을 것"이라면서 "일본 쪽 단속이 심해 박달대게 물량이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경매장에는 대게들이 20열종대로 촘촘히 열을 지어 누워 있다. 첫째 열은 속이 꽉 찬 상품 박달대게, 아래로 갈수록 질이 처져 20열은 속이 덜 찬 이른바 '물빵'들이다.
대게는 '大게'가 아닌 다리마다 생김새가 대나무(竹)처럼 마디진 다리와 빛깔을 가졌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대게는 지방질이 적어 담백 쫄깃하다. 게장이 담긴 딱지(몸통)에 밥을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제대로 맛보려면 마리당 현지가로는 2만5000원(딱지 너비 9cm) 짜리가 괜찮다. 박달대게(딱지 너비 13cm)는 1마리에 15만~18만원을 호가하는데, 두 사람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게는 '영덕 대게'가 대명사처럼 불리고 있지만 울진 죽변, 후포~영덕 대진, 강구~포항 죽변에 이르기까지 동해안 7번국도를 따라 대게 잡이 주요 포구가 자리하고 있다. 울진 후포 앞바다 왕돌초, 독도 근해와 일본 연해까지 어장이 넓게 형성돼 있다.
영덕에서는 강구항, 대진항 등에서 대게를 맛볼 수 있다.
영덕, 또다른 볼거리 두가지 |
1. 낭만의 해안도로
강구항 ~ 대진해수욕장 드라이브 '절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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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엔 해안도로변에 미역 말리기가 한창이다. 해녀들이 앞바다에서 물질해 따오는 것을 바닷가에서 아낙네들이 즉석 분류해 따사로운 봄 햇살에 미역을 말린다. 이른바 돌미역으로 산모들에게 최고의 보양 국거리가 된다.
이른 아침 영덕의 바다는 차갑다. 대부리 해안가에서 미역을 따던 해녀 전일순씨(70)는 "이리 좋은 자연산 돌미역 홍보 좀 많이 해주소. 미역 따고 전복 따서 자식 공부시키고 시집장가 다 보냈는데, 하나도 안 춥다"며 활짝 웃는다.
올망졸망 포구와 기암절벽이 나서고 작은 모래사장도 만나며 강축해안도로는 이어진다. 푸른 동해가 한눈에 펼쳐지는 언덕배기에 하얗고 빨간 등대가 서 있다. 대게가 등대를 감싸고 안은 형상이다. 인근 창포 해맞이 공원엔 해안 절벽 아래로 노란 수선화가 피어 있어 이국적 분위기를 더한다. 백사장 길이만 무려 8㎞에 이르는 고래불해수욕장도 명물이다. 명사 이십리 고운 모래밭을 거닐며 바다여행의 묘미에 흠뻑 젖어들 수 있다.
2. 웅장한 풍력발전기
창포리 산 능선 수백만평에 24기 '우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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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기는 80m 높이의 타워에 달린 직경 82m의 거대한 날개가 회전하는 매머드 급 피조물이다. 멀리서 보면 바람개비처럼 앙증맞지만 가까이에 서면 그 엄청난 규모에 섬뜩함 마저 느껴진다.
영덕 풍력발전단지는 10년 전에 발생한 대형 산불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창포리 바닷가 야산에 세워졌다. 송림이 울창하던 야산은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은 죽음의 땅으로 변했지만 영덕 사람들은 바닷가 절벽에 무인등대를 세워 해맞이공원을 일궜다. 또 2005년 4월에는 버려진 야산에 군민들이 쓰고도 남을 청청 에너지를 생산하는 풍력발전단지도 건립했다. '풍력발전기는 정격출력 1.65㎿급 발전기이다. 몸체는 강철이지만 날개는 복합탄소합금으로 만들었다. 때문에 날개에 탄성력이 있어 바람이 초속 10m 이상 불면 살짝 휠 뿐 부러지지는 않는다. 날개는 자동으로 돌아간다. 초속 3m 이상이면 움직이기 시작해 초속 13m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돌고, 초속 20m가 넘으면 멎는다. 날개 회전으로 생성된 전기에너지는 연 9만6680MWh. 영덕 군민이 쓰고 남을 양으로 한전을 거쳐 영덕 전 2만 가구로 공급된다.
< 영덕=글ㆍ사진 김형우 기자 scblog.chosun.com/kimtraveller@>
여행 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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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을 곳=영덕에는 일출 감상이 가능한 목조 펜션이 있다. 고래불 해수욕장 인근에 자리한 고래불리조트(054-734-0773)는 바다 경치가 압권이다. 테라스가 있는 통나무 펜션 등 객실 20개와 편의점, 바비큐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동해비치관광호텔, 동해해상관광호텔 등 호텔도 있다.
▶여행문의=영덕군 문화관광과(054-730-6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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