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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산골마을을 동시에 누리다- 충남 보령

현정 (炫貞) 2007. 10. 20. 13:28
[주말가족여행]바다와 산골마을을 동시에 누리다- 충남 보령

시원한 여름바다가 그리운 8월이다. 한가하고 조용한 바다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더위 가득한 한여름 인파를 피할 수 있는 곳은 없다. 그렇다면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은 곳이 낫지 않을까. 길고 긴 해변이 있고, 산속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만끽할 수 있으며, 전통을 잇는 사람들을 만날 수있는 충남 보령으로 떠나보자.

드넓은 바다와 머드를 체험하다
대천해수욕장

서해안의 끝자락에 자리한 보령. 당연히 도시를 대표하는 공간도 바다다. 크고 작은 해변을 가진 보령에서 으뜸으로 손꼽히는 곳은 대천해수욕장(www.daechonbeach.or.kr)이다. 100m 폭의 백사장이 3.5km나 이어지는 곳.
우리나라 3대 해수욕장의 하나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대천해수욕장은 서해이면서도 맑은 바닷물을 즐길 수 있다. 바다 아래로 갯벌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곱디고운 모래가 이어지기 때문. 바다의 기울기도 완만해서 어린아이들이 안심하고 물놀이할 수 있다. 발에 묻으면 잘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고운 조개껍질 모래여서 해변에서 놀다 다치는 일도 없다.

이처럼 고운 모래를 가진 백사장은 대천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의 좋은 놀이터다. 온 가족이 모여 모래성을 쌓고, 아이들과 함께 모래를 뒤적이며 조개를 줍기도 한다. 단단하고 너른 모래밭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빠져나가면 공 놀이장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대천해수욕장에는 햇살이 들지 않을 만큼 울창한 솔숲이 있다. 해안을 따라 형성된 솔숲에는 야영을 할 수 있도록 식수대를 마련해놓았다. 솔숲 옆에 자리한 머드체험관 입구에 깨끗한 샤워장과 화장실이 있어 불편한 점은 없다. 차량을 가지고 갔다면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길 입구에 마련된 공용주차장을 이용할 것. 바다 쪽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좁아 자칫 잘못 들어가면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령을 이야기할 때 머드를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머드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보령으로 여행을 가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이 바로 머드체험관이다. 대천해수욕장 한쪽에 자리한 머드체험관은 매년 7월 중순 열리는 머드축제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8월의 보령은 머드축제가 끝난 후이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머드체험관에는 갯벌에서 채취한 진흙을 건조, 분쇄, 멸균 등 7가지 단계를 거쳐 정제해낸 머드로 즐길 수 있는 셀프 머드 마사지와 순수한 바닷물을 끌어올려 40도 내외로 데워 사용하는 해수탕, 머드를 풀어 넣은 머드탕, 화장품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고도로 정제된 머드로 전신 마사지와 얼굴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머드 마사지실이 있기 때문이다.

유분, 각질, 여드름 제거, 보습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보령 머드는 외국인도 좋아한다. 뜨거운 바다에서 실컷 놀고 난 뒤 머드탕을 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바다의 염분과 따가운 햇살에 지친 피부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활력을 주어 탱글탱글 윤기 흐르는 피부를 되찾아주기 때문이다.

머드체험관 2층에는 머드홍보관이 있다. 갯벌 형성 과정, 보령에서 많이 나는 조개의 종류, 머드의 효능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니 빼놓지 말고 돌아볼 것. 1층에는 보령 머드를 상품화한 기념품 판매점도 있다.

머드체험관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 머드 셀프 체험을 할 수 있는 머드탕 입욕료는 어른 5천원, 어린이 3천원이다. 전문가에게 받는 머드 마사지는 전신 마사지가 3만원, 얼굴 마사지가 1만5천원이다. 매주 월요일, 설·추석 연휴, 관공서의 공휴일 다음날은 휴관한다.
문의 041-931-4021

보령의 전통을 체험하는 곳
청라 평정마을

대천해수욕장에서 이어지는 36번 국도를 따라 청양·공주 방향으로 가면 보령시 청라면 의평3리에 자리한 평정마을이 길 왼쪽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예부터 선비가 많고 돌이 많으며 말이 많다 하여 ‘삼다향’이라 불렸다고 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이 마을은 만 대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명당이라 하여 낙향해온 선비들이 많았고, 마을의 대표 특산품인 벼루를 만드는 검은 돌 ‘오석’이 많았으며, 조정에 직언하는 선비가 많아 전해진 이야기란다. 이 중 아직도 마을에 이어지고 있는 것은 남포 벼루이다. 3대째 남포 벼루를 만들어오고 있는 무형문화재 김진한 선생과 남포벼루보존회의 3명의 작가가 벼루를 만들고 있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면 제일 처음 만나는 공간도 무형문화재 김진한 선생의 남포벼루전시관이다. 전시관 뒤쪽으로는 남포 벼루를 만들 수 있도록 오석을 가공하는 공장이 있다. 공장으로 들어서 벼루 모양으로 다듬어지고 있는 검은 돌들을 보니 으레 벼루는 ‘검은 돌로 만들어진 사각형 모양’이라 생각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그만큼 검은 돌로 만들어진 벼루가 일반화되었던 것. 아직도 남포 오석으로 만든 사각형의 벼루가 전국에 유통되는 학생용 벼루의 70%를 차지한다니 당연한 생각이었던 듯하다.

공장을 견학하고 난 다음은 직접 벼루를 만들 시간. 우리가 주로 사용해왔던 추억의 벼루를 만들어볼 수 있는 것이다. 벼루 만들기를 시작하기 전, 벼루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벼루는 물과 함께 먹을 갈아 사용하는 도구이므로 먹이 곱고 부드럽게 갈리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과 벼루에 먹물을 보관하더라도 여름에는 6~7일, 겨울에는 무한정 먹물이 썩지 않고 보관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돌 조직의 밀도와 경도가 높아야 한다. 그래야만 강도가 높아 쉽게 깨지지 않는 벼루가 된다고. 남포 오석은 이런 벼룻돌의 조건을 갖춘 돌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벼루에 대한 설명이 끝나면 직접 벼루를 만들어보는 시간이다. 사각형으로 다듬어진 벼룻돌을 넓은 끌로 먹이 갈리는 부분과 물이 고여지는 경사면을 깎아 완성시키는 것. 약 1시간 동안 돌을 다루면 벼루가 완성된다.

벼루 만들기 체험은 아이들과 부모 모두에게 인기다. 문구점에서 사서 사용하던 벼루를 직접 만들어본다는 것이 아이들에겐 흥미롭고, 어른들에겐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해 즐거움을 주는 것. 체험이 이루어지는 내내 학창 시절 먹물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가 쏟아져나오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벼루 만들기가 끝나면 이 마을의 또 다른 특산품인 양송이 재배장으로 가보자. 마을 앞에 넓게 자리한 청천호를 지나 산 언덕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산 중턱 즈음에서 커다란 창고 건물을 만나게 된다. 그게 바로 양송이 재배장이다. 평정마을에 양송이 재배장이 많은 것은 석탄을 캐던 광산이 많았기 때문. 석탄산업합리화조치로 폐광된 광산에서 불어 나오는 냉풍이 양송이를 키우는 데 적당한 온도를 유지시켜주어 양질의 양송이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양송이 재배장이 농민들의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농민들이 정성껏 키워놓은 양송이를 따볼 수도 있다. 농산물 수확 체험, 특히 버섯류 수확 체험을 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내가 딸 것만 만져야 한다는 것. 손으로 만지면 버섯이 망가져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눈으로 먼저 딸 것을 정한 다음 버섯 수확용 칼로 둥지를 살짝 베어주자. 그 다음 버섯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면 된다.

이외에도 청라 평정마을에서는 청천호에서 낚시하기, 계곡 물놀이, 여름 농산물 수확하기와 같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1일 체험료는 어른 1만5천원, 어린이 1만3천원이다. 체험료는 체험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체험 문의는 여름체험 실무책임자(016-748-8150, pj.invil.org)에게 할 것.

보령의 산지에 자리한 예술체험장
개화예술공원

대천해수욕장에서 보령 시가지 방향으로 진입해 보령시청 이정표를 따라가면 성주산과 아미산 사이로 이어지는 40번 국도가 이어진다. 길은 시청을 지나면서 성주산 자락을 따라 이어진다. 울창한 숲이 싱그러운 바람을 불어 내려주는 성주산을 돌아내려가 제일 먼저 찾아갈 곳은 성주면 개화리에 자리한 개화예술공원이다.

5만여 평 부지에 자리한 개화예술공원에는 모산조형미술관, 조각공원, 개화허브랜드, 허브식당, 허브황토참숯가마, 개화체험학습장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 휴식공간이 있다. 실내외 전시장에는 유명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매년 외국 작가들의 전시회와 국제조각심포지엄도 열리고 있다.

공원으로 들어서서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은 붉은 지붕을 가진 모산조형미술관이다. 이곳에서 작가들의 전시가 열리고, 아이들의 체험 학습이 이루어진다. 미술관의 전시실에서는 2007년 7월 16일부터 8월 15일까지 아동문학가 김경문의 동시시화전이 열리고 있다. 체험장도 작가들의 전시장이다. 아이들의 체험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모두 전문 작가이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벽면 전시도 꼼꼼히 감상해볼 것.

이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것으로는 나무목공교실과 허브비누 만들기(5천원), 도자 만들기(1만원) 등이 있다. 주말에 찾아간다면 예약 없이도 체험할 수 있지만 재료를 준비해놓아야 하니 사전 예약 후 찾아가는 것이 좋다.

미술관을 돌아보고 체험을 마쳤다면 천천히 공원을 산책해보자. 미술관 앞에 자리한 조각공원과 연못을 따라 걷는 것이 기본 코스다. 공원 내에 있는 4개의 연못을 따라 야생화와 조각을 감상하는 것도 좋겠으나 아이들과 함께 걷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연못을 따라 산책하는 데만도 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는 것을 알아두자.

미술관 앞 조각공원과 연못을 따라 걸어가면 커다란 비닐하우스가 보인다. 그곳은 개화예술공원의 또 다른 전시 공간인 허브랜드다. 다양한 허브들이 꽃을 피우고 그 아래 만들어진 수로를 따라 여러 종류의 물고기가 오가고 있어 아이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곳이다. 이곳에도 예술작품을 만나는 공간이 있다. 허브 상품을 판매하는 허브 상점이다.

상점이라기보다 전시공간이라는 느낌이 들 만큼 전문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악기인 꽹과리부터 목공예품까지 다양한 예술품을 만날 수 있어 상품 구입 여부와 관계없이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허브정원을 돌아보고 나면 허브찜질방과 숯가마가 있는 곳으로 이어진다. 뜨거운 여름, 이열치열의 원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숯가마 앞쪽에 인공폭포와 물놀이장이 있어 아이들의 더위를 식혀주는 장소로도 손색없다.

개화예술공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실내 전시공간인 모산미술관은 오전 10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허브찜질방과 숯가마는 24시간 개방되며 여름철 찜질방 이용료는 1인당 3천원이다. 공원 입장료는 어른 2천원, 어린이 1천원이다.


여·행·정·보


1. 주변 볼거리

냉풍욕장 성주산은 석탄 매장량이 풍부해 한창 석탄이 개발되던 때는 17개의 광산에서 석탄을 캐냈다고 한다. 석탄 산업이 사양화되면서 광산은 관광자원과 농업자원으로 변화했다. 폐광 냉풍유도터널 200m와 홍보관, 쉼터 등이 있는 청라 냉풍욕장은 광산을 관광자원으로 만든 곳으로 한여름에도 실내 온도가 12~14도를 넘지 않는다. 때문에 30도가 넘는 폭염에도 이곳에 들어가면 소름이 돋는다. 냉풍욕장에 고인 물이 흘러나오는 광장의 물길에 발을 담그면 발이 시릴 정도다. 냉풍욕장은 일 년 중 7~8월에만 개방한다. 개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이고 입장료는 없다. 문의 041-930-3561(보령시 농업기술센터 냉풍욕장 담당)

석탄박물관 1995년 국내 최초로 세워진 석탄박물관은 내부 전시관과 외부 전시관으로 구분된다. 내부 전시관에서는 석탄 채굴에 사용됐던 공구들과 탄광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 실제 탄광에 와 있는 듯 사실적으로 만들어진 모의 갱도도 있다. 야외 전시장에서는 생산된 석탄을 운반했던 갱도 입구, 압축기, 광차 등 탄광에서 이용했던 대형장비를 살펴볼 수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이며, 관람료는 어른 1천원, 어린이와 청소년 5백원이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추석 연휴, 공휴일 다음날은 휴관한다. 문의 041-934-1902

보령호 서해 인근 7개 시군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보령호는 산 깊고 물 맑은 미산 지역에 자리하고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 손색없다. 미산면 617번 국도를 따라서 시작되는 드라이브 코스 도로변에 금강암과 고려 말기의 명신이었던 이제현의 영정을 봉안한 용암영당이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보령권 관리단에 사전 예약하면 수돗물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보령댐을 돌아보는 현장 체험 학습을 무료로 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체험이 가능하다.
문의 041-939-1284~5(한국 수자원공사 보령권 관리단)

2. 잠잘 곳
대천해수욕장에 자리한 한화리조트 대천(041-931-5500, www.hanwharesort. co.kr)을 이용하거나 성주산자연휴양림(041-930-3529, www.san.go.kr)을 이용할 것. 청라 평정마을 마을회관에서도 숙박할 수 있다.

3. 맛집
대천해수욕장에 많은 식당들이 있다. 그중 머드체험관 앞에 자리한 부광식당(041-933-7015)은 바지락칼국수(5천원)의 원조집으로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개화예술공원(041-931-6789) 허브랜드 안에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웰빙 식당이 있다. 허브꽃밥(8천원)과 직접 가마에 구운 숯으로 구워내는 숯불돼지갈비(1만원)가 대표 메뉴.

4.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대천 IC로 나가 36번 국도 보령 방향으로 진입한 뒤 대천해수욕장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된다.

문의 041-931-6789, www. gaewhaart.com
기획 / 김민정 기자 글·사진 / 한은희(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