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과 여행]/등산지도,정보

태백산 겨울 산행

현정 (炫貞) 2007. 10. 19. 17:04
가벼운 등반 묵직한 감동, 태백산 겨울산행
천년을 사는 나무 주목(좌)과, 천제단에서 바라본 백두대간(우)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듯한 파란 하늘 아래, 백두대간의 중추, 태백의 산하가 펼쳐진다. 천 년을 견뎌 온 주목 나무에 흰눈이 쌓이고 매서운 겨울 바람으로 눈꽃이 맺히는 계절, 온세상 이 흰눈 덮인 땅과 푸른 하늘뿐인 겨울. 태백산 산행의 절정은 바로 지금이다.
눈꽃 세상인 태백산 주목군락(사진제공-강원도청)
천년을 사는 나무, 주목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나무가 있다. 그 끊질긴 생 명력은 나무의 외관에 고스란히 베어져 나와 굵은 아랫 몸통과, 구부렁한 줄기를 가졌다. 주목이라 불리는 이 나무는 동북아시아의 해발 1,000m 이상 고지대에 서식하 는데, 잎이 뾰족한 침엽수이면서 늘 푸른 상록수라 언뜻 보면 소나무를 연상케 한다. 주목의 진가는 세월과 자연의 모진 풍파에도 꿋꿋히 버 텨낸 후, 푸른잎이 모두 지고, 맨 가지를 드러낼 때 빛 을 발한다. 벼락을 맞은 것도 같고, 말라 죽은 것도 같 은 이 모습으로도 수십, 수백년을 살아가기 때문에 죽 어 천년이라는 말이 붙었지만 실제로 이 상태는 살아있 는 모습이다. 태백산은 소백산과 더불어 주목이 군락으 로 서식하는 대표적인 산으로 꼽힌다. 주목 군락에 눈이 쌓이고 눈꽃이 열리는 태백산의 겨울풍경 사진 을 보면, 몽환에 빠진다. 깨끗한 순백의 눈을 밟으며, 눈꽃 터널 같은 주목군락을 지나 정상인 천제단에 서 백두대간의 장관을 내려본다면 얼마나 가슴이 시원해질까… 그 몽환을 쫓아 겨울산행을 나섰다.
푸른 창공과 어우러진 주목
겨울에 오르는 太白山 설악산이나 한라산을 제하고는 가장 많이 들어본 산, 태백산.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산이다. 클 태자가 들어 가는 그 이름 때문에 크고 높을것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오르기 힘들고 험할 듯한 선입견을 가지게 된 산이다. 이제까지의 산행 수를 꼽아 봐야 다섯 손가락을 다 펴 지 못할터인데, 거기다가 더욱이 처음 해보는 겨울산행 아닌가. 방수 등산화에 아이젠, 혹시 몰라 랜턴까지 챙 겨 단단히 준비하고, 다소간의 비장한 각오까지 새기며 태백으로 향했다. 주목군락을 볼 요량이면 들머리나 날머리를 유일사 방 향으로 잡아야 한다. 유일사 매표소로 들어 장군봉과 천제단에 오르고 하산은 망경사를 거쳐 당골계곡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코스인데, 이 일정이라면 등산후 에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당골광장의 석탄박물관을 무 료로 관람할 수 있다. 눈이 많이 내릴수록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에 날씨가 험 하길 바래는 한편으로, 추우면 산행이 더욱 고생스럽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이있어, 반반의 바램인 채로 유일 사입구 매표소에 도착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날은 구 름 한점 없이 맑고 화창하며, 매표소 주변에는 눈 내린 흔적이 남아있지 않아, 정상의 모습을 짐작하기 어렵다. 그래도 혹시 몰라 준비한 장비들을 모두 챙겨지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태백산의 주봉인 장군봉은 높이 1,567m이나 매표소의 고도가 이미 700 ~ 800m 이기 때문에, 정상까지 올라야 하는 높이는 약 800m 정도이고, 거리로는 약 4km가 된다. 하산하는 당골광장 코스는 4.4km 이 니, 오늘 산행의 총 거리는 8.4km, 시간은 4시간 30분~5시간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다.
가파르지 않고 볼 것 많아 오르기 쉬운 태백산 산행길

오르기 쉽고 볼 것 많은 산 눈이 많은 것으로 유명할뿐 아니라, 날이 궂을 때는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친다는 귀동냥에, 내복에 스 웨터 두벌, 거기다가 외투까지 갖춰 입고 나섰지만, 유달리 화창한 날씨 덕에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지 나지 않아 땀이 베어난다. 결국 외투와 스웨터 한벌을 벗어 허리에 묶고서 청명하고 상쾌한 겨울 산의 공기를 들이마셔본다. 몇 달치 스트레스가 단번에 날아가는 느낌이다. 유일사 등산 코스는 의외로 수월하다. 넓직한 대로를 오르는 산행길은 다소 경사진 코스가 있긴하지만 가파르거나 험하지 않다. 주목군락 서식지 안내판이 나오면서부터는 최소 30년, 최대 960년 수령의 주 목들이 기이하고 신령스러운 모습으로 등반객들을 반겨준다. 그 희귀한 자태를 감상하며 오르기 때문에 산행은 더욱 수월하다. 나 같은 운동 부족 도시인도 힘든 줄 모르고 오르는 걸 보니 무척이나 쉬운 등 반임에 틀림없다. 주목 군락 사이로 얼마나 갔을까, 주변 산들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능선으로 올라 선다. 장쾌하고 막힘없이 뚫린 조망에 벌써 정상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능선 코스에도 주목들 은 계속 이어지는데, 날씨가 맑고 눈이 늦은 탓에 땅에만 눈이 있고, 나무 가지에는 아직 눈꽃이 열리 지 않았다. 사진 속의 눈 풍경을 상상으로 이어붙이며 아쉬움을 달랜다.
장군봉에서 백두대간을 바라보는 여행객들(좌). 태백산 표지석과 그 너머의 천제단 모습(우)

하늘이 내린 자리, 천제단 능선길이 길지 않아 곧이어 장군봉 정상에 도달했다. 주변의 백두대간 봉우리들이 두루두루 내려다 보 이는 장군봉에는 돌로 쌓은 제단, 장군단이 있다. 그 안에서 요란하게 기도를 올리고 있는 점쟁이를 보 니, 예로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추앙받고 있다는 태백산 안내문구가 떠오른다. 거기서 몇 미터 가지 않아 바로 천제단이다. 마치 산 꼭대기에 마련된 헬리콥터 착륙장마냥 넓직하고 둥그스름한 공터. 그 중심부에, 마찬가지로 돌로 쌓아진 천제단이 자리잡고 있다. 쨍하게 내리쬐는 햇살 아래, 하늘로부터 태양의 양기를 최대로 받아들이고, 발 아래 사방으로 펼쳐지는 백두대간으로부터는 땅의 기운을 모두 흡수할 수 있는 하늘이 내린 자리다. 그렇기에 민족의 영기가 충만한 곳으로 일컬어지고, 시조인 단군 이 모셔져 있는 것이리라. 가끔 TV에서 흰옷으로 단장한 선녀들이 각종 체전에 쓰이는 성화를 채화하는 장면을 보게되는데, 바로 그 장소가 이곳, 천제단이다. 천제단에서 바라보는 한반도의 등줄기, 백두대간의 산줄기들은 태백산 산행의 또다른 절정이다. 백두산 에서 시작하여 동으로 달려오던 백두대간이 서쪽으로 방향을 틀며 큰 획을 그은 산이기에, 이땅의 어느 산보다도 백두대간 조망이 아름답다. 사방으로 겹겹이 이어지는 능선들의 모습을 내려다보니, 그 시원 함에 가슴이 열린다. 쉬이 올라온 등산길에 비해 정상에서 맛보는 상쾌함은 그 어떤 산보다 크다.
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색감의 이정표(좌)와, 죽은듯한 모습의 주목(우)

아쉬움을 남기며... 당골광장 쪽의 하산길은 그늘이 져선지 얼은 곳이 많다. 이제서야 아이젠을 장만한 보람이 있나보다. 아이젠을 착용하고나니 조심조심 새색시 같던 보폭이 성큼성큼 장군 걸음마냥 자신 넘친다. 아무리 화창 한 날씨라도 겨울산행에 아이젠은 필수임을 되새기며, 산행에서는 언제나 자연 앞에 겸손한 태도를 잃지 말아야겠다고 곱씹는다. 망경사 부근의 가파른 길에 무릎만큼 눈이 쌓이면, 비료포대로 눈썰매를 타며 하산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힘들게 포대를 구해왔는데, 잔뜩 부풀은 기대와는 무관하게 아직은 눈 이 적어 눈썰매는 어려워 보인다. 아쉬움이 넘쳐나니 다음 산행 계획을 짤 수밖에... 눈이 많이 내린 후에 다시 오리라. 그때는 눈꽃맺힌 주목들과 새로운 분위기로 데이트도 하고, 비료포대로 눈썰매도 타 며 오늘의 아쉬움을 마음껏 풀어보리라.
하산길 당골계곡의 풍경

유용한 정보 ▷태백산 자세한 정보 보기 ▷문의: 태백산 도립공원 관리사무소 033-550-2741 유일사 매표소 033-550-2746 ▷등산코스 ▲ 제1코스 : 유일사입구 → 유일사 → 장군봉,천제단 (4km, 2시간 소요) ▲ 제2코스 : 백단사 입구 → 반재 → 망경사 → 천제단 (4km, 2시간 소요) ▲ 제3코스 : 당골광장 → 망경사 → 천제단 (4.4km, 2시간 30분소요) ▲ 제4코스 : 당골광장 → 제당골 → 문수봉,천제단 (7km, 3시간 30분소요) ▲ 제5코스 : 금천계곡 →문수봉 →부쇠봉 →천제단(7.8km 3시간 50분소요) ▷겨울산행 준비물 방수 등산화, 아이젠, 스패치, 손난로, 귀마개나 모자, 여분의 양말 등
석탄박물관 내부. 탄광과 광부들의 모습을 재현한 지하 전시관
▷주변 관광지 석탄박물관: 당골광장에 위치한 석탄박물관은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호칭이 무색하지 않게, 규모면에 서나 전시면에서 볼거리가 다양하다. 더불어 석탄을 채굴하는 탄광의 모습을 실감나게 재현해놓아 관람 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태백산 입장권을 소지한 등산객들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니 놓치지 말고 들러보자. 지구의 역사와 더불어 다양한 암석과 광물, 그리고 화석을 전시한 1층의 지질관을 비롯해 석 탄의 생성과 채굴 등을 전시한 2, 3층의 전시관, 그리고 지하에는 탄광을 실제 모습대로 재현하여 관람 객이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어 놓았다. 동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 으나, 오후 4시까지 입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