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는 모든 질환에 대해 식치(食治)를 중요시했다. 이는 음식물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즉 약식동원(藥食同原)이라 하여, 약과 음식은 본래 한 근원에서 나온 것으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식치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음식물과 약물에 대해 한의학에서는 사기(四氣)와 오미(五味)가 있다. 사기란 음식물이 체내에 들어가서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한(寒), 열(熱), 랭(冷), 온(溫)의 네 가지로 구분한다. 오미란 음식물이 가진 독특한 성질을 맛으로 분류한 것인데 산(酸:시다), 고(苦:쓰다), 감(甘:달다), 신(辛:맵다), 함(鹹:짜다)의 다섯 가지 맛을 일컫는다.
이들 각각의 맛은 우리 신경을 자극할 뿐 아니라 오장육부의 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신맛은 간과 담, 쓴맛은 심장과 소장, 단맛은 배와 위, 매운맛은 폐와 대장, 짠맛은 신장과 방광에 들어가 각각 특유의 약리작용을 하는 것이다. 신맛은 간으로 들어가 독을 풀고, 근육의 경련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며, 땀이나 대소변을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 쓴맛은 심장으로 들어가 열을 내리며, 살균 작용과 이뇨작용을 한다. 단맛은 비장으로 들어가 몸을 보양하거나, 긴장을 풀고 독성이 있는 것을 중화시키거나 해독하는 작용을 한다. 매운맛은 체내를 순행하는 기·혈·진액의 순환을 좋게 하며, 폐로 들어가 그 기운을 도와주는 한편 가래를 삭히고 기침을 멎게 해준다. 짠맛은 딱딱하게 응어리진 것을 푸는 작용을 하며 신장으로 들어가 소변을 누게 하고 살균작용을 한다. 이처럼 각각의 음식물은 고유한 맛에 따라 우리 몸 속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하므로 한가지만 지나치게 편식하지 않아야 한다.
식치란 이렇게 사기와 오미를 잘 배합하여 몸에 이롭게 하는 것을 일컫는다. 따라서 아무리 몸에 좋은 식품이라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먹지 않은 것만 못하므로 반드시 골고루 적절한 양을 먹는 것이 필요하다.
잘못된 식생활지식
- 백설탕은 나쁘지만 흑설탕은 괜찮다
흑설탕은 칼슘도 많고 체내에서 서서히 흡수되기 때문에 인슐린 상승도를 억제한다. 그러나 열량은 설탕과 거의 비슷하므로 흑설탕 역시 사용량을 줄이는 편이 좋다.
- 꿀이나 과당은 자연식품이므로 좋다
벌꿀은 과당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으므로 포도당에 비하면 유리하다. 그러나 그 양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
- 맥주는 안되지만 소주나 위스키는 괜찮다
위스키나 브랜디, 소주 등에는 당질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알코올 작용은 맥주나 청주와 비슷하다. 더욱이 이들 술에는 칼로리가 많으므로 비만이거나 혈당치가 높은 사람은 역시 어떠한 술이라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 땅콩은 몸에 좋으므로 많이 먹어도 된다
땅콩은 좋은 영양원이지만 과잉 섭취를 하면 병의 상태를 악화시킨다. 땅콩 외에도 아몬드, 호두 등의 너트류는 역시 고칼로리이기 때문에 적당히 먹는 것이 좋다.
주식은 현미와 잡곡을 이용한다
우리가 밥 한 그릇을 먹을 때는 그 속에 들어 있는 영양분만 섭취하는 것이 아니다. 한 알의 볍씨가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서 자신과 똑같은 수십 개, 수백 개의 알곡을 복제해 내는 생명 탄생의 기운까지 먹는 것이다.
현미는 3년간 보관한 뒤에 땅에 심어도 싹이 날 정도로 생명이 살아 있는 쌀이다. 또 현미를 물에 담가 며칠 두면 쌀눈이 뾰족해지면서 싹이 돋아난다. 하지만 백미는 물에 담근 채 2∼3일만 지나면 썩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주식으로 어떤 것을 먹어야 하는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현미는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균형잡힌 식품이다. 현미에 살아 있는 씨눈은 자연치유력을 높이며, 현미의 겉껍질에 있는 섬유소는 숙변을 제거한다. 따라서 현미를 주식으로 하면 신진대사가 원활해지고 백혈구와 적혈구의 혈소판 결합도 강화돼 조직세포가 활발하게 생성될 수 있다.
그러나 현미를 주식으로 할 때 한가지 주의할 점은 소화가 잘 안되기 때문에 오래오래 씹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 먹기 시작한 사람들은 먹을 때마다 의식적으로 씹는 횟수를 세면서 오래 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밥 한 숟갈을 넣고 최소한 70번을 씹고 나서 삼켜야 하기 때문에 밥 한 공기를 먹는 데 30분 이상 걸린다. 그러므로 적절한 식사량이 요구되는 당뇨병 환자에게는 과식할 수 없다는 이로움도 있다.
또 오랫동안 백미를 먹어온 경우 갑자기 현미밥을 먹으면 소화장애가 올 수 있다. 이럴 때는 7분도나 5분도를 먹는 것이 좋다. 이 쌀들은 백미와는 달리 쌀눈이 노랗게 붙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현미와 마찬가지로 생명의 기운을 몸에 담을 수 있다. 또 현미보다 섬유질은 다소 적지만 제대로 씹지 않아도 소화가 잘되기 때문에 오히려 환자에게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보리, 콩, 수수, 조 등을 섞거나 백미에 잡곡을 섞어 먹으면서 현미오곡가루를 미숫가루로 만들어 간식으로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
현미잡곡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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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식은 제때 나는 채소와 콩류 위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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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국과 김치는 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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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와 계란에 대한 지나친 신뢰를 버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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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조미료나 가공식품을 멀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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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좋은 물을 충분히 마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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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요법이라고 하면 흔히 까다롭고 복잡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식이요법을 칼로리와 영양분을 계산한 식품영양학적 의미로만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이요법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즉, 환자를 위하여 칼로리를 계산하고 영양가를 따지고 계량기를 이용해 중량을 재서 특별한 음식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중심으로 식단을 짜고 영양분의 균형을 이루게 하면 되는 것이다. 그 대신 가족의 식단이 계절에 따라 변화하고 다양해야 하며 밥에도 잡곡이 듬뿍 들어 있어야 환자가 영양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자연식은 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 자연식이라면 복잡하고 극성스러운 식생활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알고 보면 보통 식사법보다 더 간단한 것이 자연식이다.
자연식은 인공 첨가물이 든 음식이나 인스턴트 식품을 멀리하고 가능한 한 식품에 담겨 있는 자연 그대로의 기운을 섭취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렇게 하려면 자연히 식품의 특성을 살려 먹게 되고, 조리 과정이 오히려 더 간편해진다. 오곡밥에 된장국, 제철 채소로 간단히 반찬을 만들고 생수를 많이 마시기만 해도 특별한 식이요법을 하느라 힘들일 필요가 없다. 또한 여러 가지 가루를 만들어 두었다가 일상 음식에 보태 영양을 보충해 주는 식으로 환자의 음식을 장만하면 크게 번거롭지도 않을 것이다.
식이요법은 쉽게 실천할 수 있어야 하며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그것을 올바른 식이요법이라고 볼 수 있다. 칼로리를 따져 환자에게 배고픔을 강요하는 식이요법은 올바르지 못하다. 식이요법은 오래 지속할 수 있으며 그것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없어야 한다.
자연식을 적당히 너무 과하지 않게 하고 많이 걷고, 자연을 산책한다면 굳이 칼로리표나 영양표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즐거운 식생활이 되며, 우리 몸도 더욱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가루 만들기
- 멸치가루
중간 크기에 약간 노르스름한 것을 골라 햇볕에 바짝 말려 가루를 낸다. 냉장고에 넣어 두면 오래 쓸 수 있다.
- 다시마가루
깨끗한 행주로 닦고 햇볕에 말려 가루를 낸다
- 콩가루
날콩을 살짝 삶아 말린 다음 프라이팬에 볶아서 곱게 빻는다. 된장국이나 나물무침에 넣으면 맛도 한결 풍부해질 뿐 아니라 영양 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 표고버섯가루
가을 버섯이 통통하고 영양과 맛이 좋다. 중간 크기에 싱싱하고 통통한 버섯을 구해 흐르는 물에 씻은 다음 햇볕에 바짝 말린다. 곱게 빻아 된장국이나 찌개 등에 넣는다.
- 들깨가루
물에 씻은 들깨를 조리로 잘 일어 돌을 골라낸 후 햇볕에 바짝 말려 프라이팬에 살짝 볶은 다음 곱게 빻아 밀봉한다. 들깨가루는 기름 때문에 산패하기 쉬우므로 들깨를 냉동 보관하거나 햇볕에 잘 말려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빻아 쓰는 것이 좋다.
- 호박가루
늦가을에 모양이 둥글고 잘 익은 호박을 구해 속을 파서 씨앗은 채반에 따로 말리고 호박살은 껍질을 벗겨 얇게 썬 다음 채반에 널어 햇볕에 바짝 마르면 씨앗과 호박살을 각각 따로 갈아 함께 섞어 둔다. 현미 오곡가루에 이 가루를 적당히 섞어 죽을 쑤어도 좋고 간식으로 빵이나 떡을 만들 때 넣어도 좋다.
- 쑥가루
단오 무렵의 쑥을 뜯어 흐르는 물에 잘 씻은 다음 햇볕에 바짝 말려 가루로 만들어 보관한다. 현미 오곡가루에 쑥가루를 섞어 반죽해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부치면 향긋한 쑥부침이 되고, 절편이나 인절미를 만들 때 넣어도 좋다.
- 칡가루
겨울이나 이른봄의 칡이 영양과 맛이 뛰어나다. 굵고 겉껍질이 갈색으로 윤이 나는 칡을 구해 결대로 얇게 썰어 햇볕에 바짝 말려 가루를 내어 보관한다. 변이 묽거나 소화상태가 좋지 않을 때에 하루에 한잔씩 열흘 정도 꾸준히 먹으면 변이 좋아진다. 또 음주로 인한 주갈을 가시게 하는데도 효과가 있다.
- 땅콩가루
늦가을에 알이 굴고 껍질이 분홍색이 도는 생땅콩을 구입한다. 땅콩을 껍질째 구해 말려 두었다가 겨울에 조금씩 까먹거나, 잘 말려서 볶은 다음 곱게 갈아 보관한다.
- 현미 오곡가루
찹쌀현미3, 멥쌀현미3, 보리 1, 수수 1, 차조 1, 콩 1의 비율로 재료를 섞지 않고 각각 준비한다. 찹쌀현미와 멥쌀현미는 함께 찜통에 쪄서 말린다. 보리와 수수는 함께 찌고, 차조와 콩은 따로 쪄서 말린다. 재료들이 잘 말랐으면 방앗간에 가져가 살짝 볶아 가루로 빻는다. 쪄서 말린 오곡가루는 만들기가 번거롭고 힘들지만 찬물에도 잘 풀려 멍울이 남지 않으며, 맛이 고소하고 영양이 우수하며 소화흡수가 잘되어 누구에게나 먹기 좋다.
볶아서 만들 수도 있는데, 집에서 재료를 준비해 방앗간에 가져가면 알맞게 볶아서 만들어 준다.
- 참깨, 율무쌀, 검정콩 가루
참깨(검은깨), 율무쌀, 검정콩을 따로따로 살짝 볶아 같은 비율로 섞어 가루를 낸다. 항상 배고픔을 느끼는 당뇨병 환자의 영양간식으로 물에 타서 마실 수 있으며,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위의 여러 가지 가루들은 시중에서도 구할 수 있는데, 가능하면 유기농으로 재배한 재료들을 구입해 집에서 정성껏 만드는 것이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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