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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된 세공인이 부럽다 - 절제

현정 (炫貞) 2008. 5. 23. 18:49

 

 

 

 

 숙련된 세공인이 부럽다 

                             절제

 

 

우리는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상처를 주고 받는다..

내가 원하던지 원하지 않던지 간에...

상처란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고 어쩌면 운명처럼

어느날 나에게 불현듯 다가 오는 그림자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부부....

세상에 핏줄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면

부부만큼이나 가까운 사이가 있을까....

허나 이 가까운 관계도 서로 너무 안맞는 사람들이 만나게 되면

원수라고 표현하기에도 부족한 사이가 되어버린다..

흔히 부부는 돌아서면 남남이라고 하지 않는가...

 

 

남...

남이라는 것은 내가 죽던지 살던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니면 내가 어떤 것에 행복해하고 감사해하고

분노를 느끼고 울분을 터트리는지 조차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남이라고 말하면 이런 사람들을 말하는데

남보다도 더 못하다고 하면 도대체 헤여지는 부부들이랑

지금 살고 있다고 하더래도 부부라는 모양으로만 사는 수많은

부부들의 삶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어느님의 글같이 못을 빼고 나도 못자국은 남듯이

부부이기 때문에 나와 연관성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남편이나 아내로부터 받은 깊은 마음의 상처는 정말이지

치유되기가 힘이들다...

상처를 받은 사람은 자기가 상처를 받은 것만을 가지고

언성을 높여서 자기 주장을 하지만

자기가 받은 상처가 너무 많았기에

작은 상처를 줄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셀수없이 많다...

 

 

남으로부터 받은 상처와 부부사이에 받았던 상처를 견줄 수 있겠는가..

이건 순전한 내 생각이지만

남은 남이다...

허나 부부는 다르다...

부부이기 때문에 다르다...

출발을 이미 다르게 한 관계이기 때문에 절대로 다르다..

같지 않기 때문에 상처의 골은 깊다 못해

죽을 때까지 영원히 망각의 강으로

떠내려가지 않을 수도 있다...

 

 

부부이기 때문에 그냥 얼머부리면서 얼렁뚱땅 대충 넘어가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조금만 표현하고

조금만 미안해하고

조금만 관심 가져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그 간단함을 모르고

아직도 수많은 부부들은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면서

살아가는 게 아니라.. 그저 생존하고 있다..

 

 

죽음이라는 커다란 덩어리를 두고 보면 사실 사소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문제만 바라보고 내 상처만 보면

그 상처 때문에 아직도 내가 아프고 힘들고 고통스럽다면

그 문제는 심각성을 넘어서

우리들의 삶을 통째로 흔들기도 한다...

어쩔수 없이 사람은 죽음 까지 생각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눈을 가졌기에 그렇수 밖에 없다...

 

 

부부의 날이라고 한다....

다들 부부는 그렇다고 말하는 일반적인 그 공통분모가

우리들 모두에게 적용 될 것인지는

개인마다 분명한 차이가 있고 또 차이를 인정해주는 자유로움도 필요하다...

맞지 않는 톱니바퀴조차도

잘 깎아 기술적으로 맞추는 숙련된 세공인의 능력이

난 늘 부럽다...

 

 

절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