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뇌졸중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몸이 일시적으로 마비되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심각한 두통과 함께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 증세가 경미하더라도 뇌졸중을 의심해봐야 한다.
‘갑자기 한쪽 팔, 다리 저림 증세가 나타난다.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몸의 중심을 잡기가 어려워진다. 물체가 2개로 보인다.’ 이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도 많은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주 경미하거나 일시적인 증상이고 금방 회복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뇌졸중(중풍) 발병에 앞선 경고일 수 있다. 이를 ‘미니 뇌졸중’ 혹은 ‘일과성 허혈발작’(Transient Ischemic Attack)이라고 한다. 환자는 모르고 있지만 뇌경색이 진행되는 도중에 혈전(피떡)에 의해 일시적으로 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증상들이다.
일시적으로 뇌혈관을 막는 혈전은 이를 억제하려는 신체작용에 의해 분해돼 본격적인 뇌졸중으로 진행하려다 멈춘다. 30분 이내에 모든 증상이 사라지기도 하고 때로는 몇시간에서 하루 정도 지속된다고 알려져 있다.
미니 뇌졸중 증상은 일시적인 마비나 발음장애, 극심한 두통, 시야 장애 등 일반 뇌졸중 증상과 같다. 다만 일시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때문에 환자들은 뇌졸중의 전조 증상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런 전조 증상을 경험한 사람이 뇌졸중에 걸릴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0배나 높다는 것이다. 또 통계에 따르면 미니 뇌졸중을 경험한 사람의 3분의 1 정도가 5년 이내에 뇌졸중을 겪게 된다. 특히 처음 1년 동안은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시기다. 세란병원 신경과 이미숙 과장은 “아주 잠깐 동안이라도 미니 뇌졸중 증세를 느꼈다면 빨리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증세 없어도 뇌경색은 진행?
무증상 뇌경색은 평소에는 어떤 증세도 나타나지 않지만 뇌 촬영이나 정밀검진 결과로 뇌경색이 확인되는 질환이다. 혈관이 막혀 뇌세포는 죽었지만 다행히 죽은 세포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거나 미세한 부분이라 마비 등과 같은 증상이 없는 상태다. 따라서 병원에서 진단을 받기 전에는 건강한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런 증세를 방치하면 뇌졸중이 갑자기 찾아올 확률이 일반인보다 10배나 높고, 치매로 진행될 확률도 2.3배나 높다.
특히 평소 숨이 차거나 기억력, 사고력 등이 조금씩 떨어지는 경우 무증상 뇌경색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50대 이후 고혈압, 당뇨병, 비만, 흡연, 가족력 등이 있는 경우 무증상 뇌경색으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자신도 모르게 안고 사는 셈이다.
따라서 마비나 언어장애를 느끼고 병원을 찾을 때는 이미 뇌경색이 심각한 상태로 진행된 후인 경우가 많다. 다행히 무증상 뇌경색을 발견하면 약물치료와 생활개선을 통해 더 심한 뇌졸중으로 진행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의료기기의 발전으로 증상이 없는 초기 뇌경색도 발견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50대 이후 뇌졸중 위험인자를 가졌다면 정밀검사가 필수적이다. 물론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은 비용이 많이 드는 검사이기에 모든 사람이 이 검사를 꼭 받을 필요는 없다. 다만 50세 이상, 당뇨병 등 생활습관병(성인병)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흡연, 심장병이 있는 경우에는 정밀검진을 받는 게 좋다.
■ 발병 후 3시간 이내에 치료해야
뇌졸중은 발병 전 관리 만큼이나 발병 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발병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뇌졸중으로 환자가 쓰러지면 우선 환자를 편안하게 눕히고 넥타이, 벨트 등 몸을 죄는 것을 풀어 준다. 환자가 토하는 경우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얼굴을 옆으로 돌린 뒤 입 안을 닦아준다. 의식이 깨어나도록 한다며 찬물을 끼얹거나 뺨을 때리는 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또 의식을 잃은 환자에게 우황청심환 같은 약을 먹일 경우 약이 기도를 막아 흡인성 폐렴 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는 “뇌졸중이 의심되면 즉시 환자를 병원으로 옮겨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며 “뇌혈관이 막혀 혈액 공급이 차단되고 3시간 정도 지나면 뇌세포가 죽기 때문에 발병 후 3시간 이내에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때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는 등 빠른 치료를 통해 뇌에 혈액을 공급해야 뇌세포의 손상을 막고 뇌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뇌졸중의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 김효수 교수는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적절한 식습관은 물론 뇌졸중 위험성을 줄이는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 치료제 복용을 통해 꾸준한 지질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정진상 교수는 “뇌졸중 위험인자를 많이 보유한 사람은 저용량 아스피린, 고혈압, 당뇨병 약 복용 등 꾸준한 약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