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5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해 화제가 된 드라마를 초등학교 5학년 딸과 함께 보면서 참으로 난처했다는 학부모가 있었다.
“엄마 콘돔이 뭐야?” 갑자기 묻는 아이에게 어떻게 대답을 해 줘야 할지 순간 난감하더라는 것이다.
그래도 이 학부모는 평소 아이와 성 얘기를 많이 한 편이어서 비교적 차분하게 대처했다고 한다.
“어, 있잖아…. 남자랑 여자랑 사랑할 때 필요한 거 있어. 더 자세한 건 다음에 책을 구해서 보면서 알려줄게.” 다행히 아이가 질문을 멈췄고, 엄마는 숙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갑자기 이것 저것 성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는 거예요? 엄마 아빠도 그렇게 해서 나를 낳은 거예요? 정자 난자가 만나면 아기가 생긴다는데 어떻게 만나는 거죠?” 아주 어린 아이는 심지어 버스나 지하철처럼 사람들이 많은 데서도 유감없이 호기심을 발휘한다.
물론 이런 질문에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유독 성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는 어른들이 있다.
“쉿! 조용히 해. 그런 건 더 크면 알 수 있어”라거나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여쭤봐!” 하면서 아이를 윽박지르는 일도 있다.
부모가 당황하며 얼버무리는 태도를 보이면 아이들은 해서는 안 되는 질문을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진다. 다음부터는 질문하는 걸 조심스러워 하기도 한다. 아이의 질문이 줄어들면 부모야 편해지겠지만 아이는 그 궁금증을 어떻게 해소할까? 많은 아이들이 음란물을 통해 해소하려고 한다. 부모와는 점점 성에 관한 대화를 하려 들지 않는다.
초등학교 5학년쯤 된 자녀라면 이렇게 얘기해 보면 어떨까? “남자의 성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음경이라고 하잖아. 여자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아니? 여자와 남자는 아주 다르게 생겼지. 조물주는 그렇게 인간을 창조하셨단다(그림을 보여주며 설명해도 좋다).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아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거야. 남자의 음경이 여자의 질에 맞도록 만들어져 있잖아. 남자의 몸 속에서 만들어진 정자라고 하는 아주 작은 보이지 않는 씨가 음경을 통해 여자의 질에 들어가면,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아이가 되는 거란다. 모든 생명은 이렇게 해서 생겨나게 되는 거야. 그래서 아이가 만들어지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 남녀가 함께해야 가능하단다.”
아이들의 질문 가운데 바보 같은 질문은 없다. 부모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따뜻하고도 정확하게 설명해 주겠다는 준비된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명화/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