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과 여행]/여행가고 싶은곳

[스크랩] ** ★ 풍류가 서린 비경 `내금강`…산수화를 입혀놓았구나! ★ **

현정 (炫貞) 2007. 5. 31. 23:42

2007년 5월 30일 (수) 06:02   노컷뉴스

 

풍류가 서린 비경 '내금강'…

                      산수화를 입혀놓았구나!

 




현대아산이 28일 내금강 시범관광을 실시했다. 금강산의 진수인 내금강이 1948년 이후 49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내금강 관광은 금강산의 서쪽인 표훈사에부터 시작된다. 금강산의 4대 사찰인 장안사, 신계사, 유점사, 표훈사 가운데 유일하게 제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절이다.

표훈사 들머리는 거대한 전나무 숲이다. 남한의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 숲과 비슷하다. 예전부터 외금강이 금강송(松)이라면 내금강은 전나무가 유명하다.

▲역시! 만폭동계곡

표훈사 뒷편에는 금강문이 있다. 집채만한 바위 두 개가 서로 맞대고 있는 꼴이다. 이 곳을 지나면 만폭동계곡의 초입이다.

계곡을 따라 크고 작은 폭포 아래 백룡담, 흑룡담, 비파담, 벽하담, 분설담, 진주담, 구담, 선담, 화룡담 등의 소(沼)가 잇따라 펼쳐진다.

폭포가 흰 비단처럼 물을 뿌리면 소는 그 물을 온전히 거두어 나뭇잎보다 더 푸르고 깊은 빛깔을 만들어 낸다. 주변의 하얀 바위와 눈부신 대비를 이루는 것은 물론이다.

소를 하나씩 지나치다 보면 삼각형의 매끈한 바위산이 길을 가로막는다. 바로 금강대이다. 그리고 금강대를 배경으로 펼쳐진 계곡의 넓직한 암반에는 수많은 글자가 세겨져 있다.

글을 알고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이들이 만폭동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는 증거다. 이 가운데서도 조선시대 명필 봉래 양사헌이 쓴 '만폭동'(萬瀑洞)과 '봉래풍악 원화동천'(蓬萊楓嶽 元化洞天)이라는 글자가 단연 돋보인다.

조금 더 올라가다 오른 쪽 샛길로 빠지면 보덕암(普德庵)에 닿는다. 보덕암은 길이 7.3미터의 구리기둥 하나에 의지하고 굵은 쇠사슬에 묶여 높이 20미터의 절벽에 아슬하게 걸려 있다. 구도하는 자의 치열함이 엿보이는 모양이다.

지금은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보덕암에 강만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이 북측 안내원의 양해를 얻어 살짝 들어가봤다.

잠시 뒤 강 위원장은 "내가 남쪽에 가면 이 암자에 대해 할 말이 많다"며 잇따라 감탄사를 터뜨렸다. 이어" 관광이 시작되더라도 이 암자는 계속 출입을 금지하며 학술적인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유물이라는 뜻이다.

▲정상이 바로 저곳인데, 아쉬움

보덕암을 지나 조금만 걸어가면 묘길상(妙吉祥)에 도착한다. 높이 15미터, 폭 9.4미터로 한반도에서 가장 큰,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상이다. 묘길상이 내금강 관광의 종착점이다. 표훈사에서 묘길상까지는 약 2시간. 여기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묘길상에서 금강산의 최고봉인 비로봉까지는 불과 6킬로미터. 부지런히 걸으면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아쉽지 않을 수 없다. "더 이상을 갈 수 없다"는 북측 안내원의 말에 한 참가자가 "아쉽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번 시범관광에 참가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2시간이면 갈 수 있다니 더 가고 싶다"고 안타까워 했다. 강만길 위원장은 "비로봉 가는 길에 있는 마의태자 묘를 꼭 보고 싶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묘길상을 지나 비로봉을 오른 뒤 동쪽으로 내려가면 외금강이다. 외금강을 쭉 따라 내려가면 버스를 타고 출발했던 온정각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금지되 있기 때문에 다시 표훈사로 내려가야 한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고 내금강이 열리기 까지 9년이 걸렸으니 비로봉까지는 또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분단은 이처럼 참을성을 요구한다.

▲만폭동은 금강산의 모든 것

내금강은 외금강과는 다르다. 외금강이 남성적이라면 내금강은 여성적이다. 외금강이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면 내금강은 부드러운 조화를 조용하게 속삭인다.

뾰족하고 우람한 암벽이 서로 키높이를 재며 보는 이를 사로잡는 것이 외금강라면 내금강은 숲과 계곡, 그리고 바위가 완전한 조화를 이루며 찾는 사람을 유혹한다.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인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시범관광에 참가한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은 "만폭동계곡을 보면 금강산을 다 본 것이나 다름없다. 금강산의 나머지는 곁가지일 뿐이다"고 잘라 말했다.

강만길 위원장은 "어느 곳에서나 편하게 쉴 수 있어서 참 좋다. 부드럽고 여성적이고 나무도 좋다. 여기에 실버타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며 처음 본 내금강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18세기 진경산수로 조선 회화의 절정을 이룬 겸재 정선도 만폭동을 소재로 그림을 남겼다. 만폭동계곡은, 그리고 내금강은 그 정도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은 덤이다. 내금강에는 남한의 산에서 흔한 술집은 물론이고 식당도 전혀 없다. 심지어 표훈사 입구에 있는 지정된 한 곳을 제외하면 담배도 피울 수 없다.

▲북한을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

내금강을 가려면 온정각에서 버스를 타고 표훈사 입구까지 약 2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먼저 온정각이 있는 고성군에서 금강군까지 가는데 온정령을 넘어야 한다.

북한 안내원의 설명에 따르면 온정령은 높이 859미터에 106굽이를 돌아가는 길이다. 길은 내금강까지 모두 비포장이다. 쉽지 않은 길이다.

가는 길에 단풍리와 금강읍을 지나치게 된다. 외금강처럼 철조망 너머 멀리 보이는 것이 아니라 찻길 바로 옆의 마을이다. 북한의 모습을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마을 곳곳에는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유격대식으로", "21세기의 태양 김정일 장군 만세"와 같은 낯선 구호가 적힌 선전판을 흔히 볼 수 있다. 주체사상탑이나 김일성 주석의 사진도 곳곳에 있다.

민가는 회색 기와에 흰색 벽으로 이뤄진 단층집이 대부분이다. 가끔 흰색의 3∼4층 짜리 아파트도 보인다. 모두 낡았다. 마치 남측의 60년대 사진을 보는 듯 하다.

이런 광경이 낱낱이 보여지는 내금강 관광을 허용한 것은 북한 입장으로 보면 큰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어느 누가 자신의 초라한 안방을 보여주고 싶겠는가.

금강산=CBS경제부 조근호 기자 chokeunho21@cbs.co.kr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출처 : 끝없이 아름다운 사랑과 행복을 위해서...
글쓴이 : 릴리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