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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89]`달의 골짜기`에서 만난 스파이더맨

현정 (炫貞) 2007. 8. 6. 09:49
 

달의 골짜기 Valle de La Luna(1)


'달의 골짜기'에서 만난 스파이더맨

 

 

 ▲달의 골짜기에서 만난 스파이더 맨. 그는 달의골짜기를 안내하는 가이드 겸 원주민 운전수다.


달의 골짜기 Valle de La Luna 투어는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에서 오후 4시에 출발을 한다. 낮에는 햇볕이 매우 따갑고 더우므로 저녁 일몰도 볼 겸 대부분의 투어가 오후 4시를 전후 하여 떠난다. 예의 그 원주민이 털털 거리는 봉고차를 몰고 우리가 묵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로 왔다. 그는 우리를 태우고 나서 다른 여행자들을 태우기 위해 하얀 벽돌담으로 된 좁을 길을 서서히 돌았다. 어도비Adobe라는 벽돌로 쌓아올린 가옥들과 담들은 모두 하얀색으로 칠해 놓았는데, 모든 것이 메말라 버린 건조한 땅에서 어떻게 이런 벽돌을 비벼서 만들었을까?

 

▲하얀색 어도비Adobe로 쌓아올린 산페드로의 돌담과 집들


아르마스 광장에서 잠시 함께 갈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는데 흰 아치가 세워진 레스토랑에서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원주민 청년 두 명이 안데스의 음악을 신나게 연주하고 있다. 하얀 아치 사이로 퍼져 나오는 안데스의 음악이 귀를 흥겹게 해준다. 한 사람은 차랑고를, 다른 한 사람은 북을 친다. 두 사람의 목에는 산포냐(피리의 일종)가 걸려 있는데 수시로 장단에 맞추어 경쾌하면서도 구슬프게 불어댄다. 이윽고 우리 말고 3사람의 여행객이 더 탔다. 운전수는 우리를 포함하여 겨우 5명을 태우고 달의 골짜기로 떠난다. 이거 여행객들이 다들 어디를 갔지?

 

 

▲버섯처럼 돌기된 달의 골짜기의 풍경. 지구가 아닌 별세계에 온 느낌이다. 


달의 골짜기는 산 페드로에서 1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마을 어귀를 벗어나니 다시 사방팔방이 황량한 사막뿐이다. 달의 계곡에 가까워질수록 땅의 표면이 우둘투둘 하게 돌출되어 있다. 마치 달의 표면처럼… 그 모습이 달의 표면을 닮았다고 하여 달의 골짜기라고 부르게 되었다는데, 여긴 정말 지구가 아닌 다른 세계에 온 느낌이 든다. 


“여긴 지구가 아닌 다른 별세상 같아요!”

“우린 지금 아닌 달의 골짜기로 가고 있질 않소?”


달의 계곡 언덕에 서서 어디를 바라보나 폐허 같은 흙더미와 황량한 모래사막뿐이다. 건조하고 따가운 살인적인 햇볕은 모든 것들을 고사시켜 버릴 것만 같다. 물은커녕 풀 한포기도 없다. 그러나 침묵 속에 싸인 달의 계곡은 신비하고 아름답게만 보인다. 죽음의 계곡처럼 보이지만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그 무엇이 있다.

 

▲달의 표면 같은 흙더미와 계곡


아무리 해외여행을 많이 한 사람일지라도 처음 대하는 풍경에 대한 경이로움은 끝이 없다. 이곳엔 지금까지 우리가 보지 모했던 낯선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문명의 이기에 찌든 여행자들이 갖은 고초를 무릅쓰면서까지 이렇게 머나먼 오지로 오는 모양이다. 우리와 함께하고 여행자들은 대부분 최첨단의 문명속에서 살고 있는 유럽인들이 대부분이다. 동양인 오직 우리 부부뿐이다. 그들은 오직 기계화된 문명을 탈피하여 태고의 때묻지 않는 풍광과 문명을 체험하고 싶어 이런 오지로 목숨을 걸고 온다. 


사하라 사막과 애리조나 사막, 아라비아 사막, 고비사막과 실크로드 등 지구촌의 사막을  두루 돌아보았지만, 그래도 이처럼 황폐하고 건조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무너진 흙더미는 공상영화에서나 보았던 어느 혹성의 폐허처럼 보인다. 퍼석퍼석한 흙더미가 아름다운 독버섯처럼 날을 세우고 있는가 하면 끝없는 모래 비탈이 펼쳐진다. 너무 더워 옷을 벗어버린 서양인들 모습은 지구가 아닌 어느 외계에서 온 이방인들처럼 보인다.

 

 

달의 골짜기 초입의 전망대에 도착하자 그 솥뚜껑 원주민이 우리 일행을 이상하게 옷을 차려 입은 스파이더맨에게 넘겼다. 사람 머리 숫자를 세고 자기들만 쓰는 언어로 뭐라고 수군거리며 돈을 주고받는 수작이 어느 혹성의 인종시장에서 우릴 팔아넘기는 느낌을 준다. 그는 낮은 음성으로 우리들을 스파이더맨에게 인계해야하는 사유를 어눌하게 늘어놓았다. 스파이더맨이 안내도 잘하고 아주 재미있을 것이므로 여행을 잘 하라고 한다. 그는 아마 이렇게 여행객을 모아서 스파이더맨 같은 가이드들에게 넘겨주는 일종의 찍새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사진:달의계곡에서 만난 스파이더맨과 함께).


“웰 컴, 바야 데 라 루나! (달의 계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인사를 하면서 우리를 접수받은 스파이더맨은 이제부터 자기 말을 잘 듣고 따라야 한다고 한다. 그는 슝슝~ 하며 총을 쏘는 흉내를 내면서 오른손으로 목을 자르는 코미디를 연출한다. 이제부터자기의 말을 듣지 않으면 혼을 내주겠다는 코미디다. 그는 일부러 여행객들의 눈길을 끌기위해 온 몸을 영화 속의 스파이더맨처럼 거미 옷을 입고 있는데 너무 더워 보인다. 그러나 그는 매우 유쾌하고 코미디언 같은 기질을 가지고 있다. 스파이더맨의 콤비 형 버스는 우리 일행이 타자 여행객들로 꽉 채워졌다. 우리는 운전수 겸 안내를 맡은 스파이더맨을 따라 달의 골짜기 탐험에 나섰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 '달의 골짜기'에서-글/사진 찰라-계속)


 

출처 : [189]`달의 골짜기`에서 만난 스파이더맨
글쓴이 : 찰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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