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애환(哀歡)
김경순
낡아서 초라한 겨울 외투처럼
빛 바랜 꿈들이
어둠을 안고 사라질 그믐달 되어
무겁게 내려앉는다.
한세월 이정표도 없는 길
밟지도 않는 불혹의 페달은
내 의지와 무관한
다른 방향으로 자라나
무서리 내린 지천 명 문턱에 이르고
낡은 사진 첩 속의 고독처럼
언제나 홀로 돌아 온 것은
매몰 된 시간들만 오소소 떨며
이끼처럼 살갗에 퍼져 나간다.
한 걸음 건너면
두 걸음 달아나 버린 현실
내가 이루고 싶은 욕망들을 잡기엔
내 삶의 거리가 너무 멀어
빈 들녘의 고독한 바람처럼
홀로 불어대는 처절한 슬픔을
그 어떤 수식어도 붙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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