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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섬진강 매화향 따라 봄 손님 오시네

현정 (炫貞) 2008. 4. 5. 12:43
여행]섬진강 매화향 따라 봄 손님 오시네
아시아경제|기사입력 2008-03-05 11:10 기사원문보기


나막신을 신고 뜰을 거니르니 달이 사람을 쫓아오네/매화꽃 언저리를 몇 번이나 돌았던고/밤 깊도록 오래 앉아 일어나기를 잊었더니 옷 가득 향기 스미고 달그림자 몸에 닿네.(퇴계 이황)

겨우내 움츠려 있던 몸과 마음이 천리를 간다는 매화향기에 엉덩이부터 들썩이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봄이 찾아온다는 섬진강은 연일 달콤하면서도 향긋한 봄소식 전하기에 바쁘다. 터질 듯 부푼 꽃망울과 활짝 피어나는 매화꽃이 춘삼월까지 참지 못해 은은한 향을 섬진강에 띄워 보내고 있다.

남녘의 꽃 향기 가득한 섬진강 매화마을로 이른 봄 마중을 나섰다.

전남 구례군 산동에서 섬진강 물길을 따라 새벽길을 달린다. 온통 보라빛 천지인 새벽강가에서 몸을 휘감는 바람은 겨우내 매서움은 사라지고 없다.

50여분쯤 달리자 지리산과 섬진강을 눈앞에 두고 백운산 자락에 몸을 걸친 광양 다압면 매화마을이 나타났다.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섬진강 물빛에 실린 매화꽃 냄새가 마을을 휘감는다.

논두렁 밭두렁은 물론 고샅길과 개울가까지 곳곳에 매화꽃이 활짝 피어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매실 명인인 홍쌍리여사가 40여년 동안 백운산 산비탈 12만평을 일군 청매실 농원은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매화꽃을 자랑한다.

이정표가 있는 입구에서부터 청매화, 백매화, 홍매화가 모진 꽃샘추위를 극복하고 앞다퉈 소담스런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꽃을 피운 매화에서 느껴지는 도도함과 청초함은 그야말로 최고로 누구나 시인이 되고 예술가가 될 정도로 아름답다.

10여분 언덕을 오르자 2500여개의 장독이 모여 있는 살뜰한 마당이 나타난다. 장독에는 매실된장, 매실 고추장 등이 이른 봄볕의 사랑 아래 익어가고 있다.

장독대 마당에서 향긋한 매실차로 입을 축이고 숲길 오솔길을 따라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원두막에 오른다. 얕은 등성이를 돌아서자 산 전체가 마치 이불솜을 뿌려 놓은 듯한 장관이 펼쳐진다.

가장 먼저 꽃을 피운 청매화 터널을 지나자 온몸을 휘감는 달콤하고 싱그러운 매화향기가 뼛속까지 진하게 스미는 느낌이다.

매화나무 밑엔 따로 청보리를 심어 녹색치마를 걸친 듯한 보리와 청매ㆍ백매ㆍ홍매 꽃무리가 선명하게 대비를 이룬 모습이 환상이다.

청매실 농원은 풀 한 포기, 돌 뿌리 하나조차 완벽한 조화를 이룬 자연의 작품이다.
비록 가냘픈 아낙의 손으로 만들어졌지만 매화나무, 대숲, 장독대, 흙 길, 메주 등 어느 것 하나 튀는 법 없이 자연스럽다.

그래서 농원은 '서편제', '취화선', '다모', '바람의 파이터'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였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 역시 이곳을 주 무대로 촬영됐다.

백운산 중턱에 마련된 전망대에 올랐다. 청매실 농원은 물론 매화마을과 섬진강, 그리고 지리산 자락에 둥지를 튼 하동 땅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강 건너 북쪽이 화개장터고, 멀리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고향인 평사리도 봄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린다.

퇴계 이황이 시로 노래했 듯 밤에 보는 매화꽃도 가히 일품이다. 해가 지고 청매실 농원의 하늘이 어둠에 물들면 백매화가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난다. 이어 섬진강 물줄기도 하얀 매화빛으로 젖어가는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황홀함이다.

이런 풍경에 홍씨는 "바람 한점 없는 밤 달빛 아래서 '툭툭' 꽃망울 터지는 소리에 가슴이 설레었다"고 매화 사랑을 이야기한다.

섬진강변의 매화는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꽃을 피우기 시작해 이달 중순에는 온 마을이 함박눈이 내린 겨울날처럼 새하얗얀 별천지가 된다.

섬진강=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newsva.co.kr

◇여행메모
△가는길=경부선은 대전~통영고속도로 이용해 가다 진주에서 남해고속도로 진입, 하동읍 지나 섬진교를 건너 우회전하면 된다. 호남선은 전주나들목을 나와 전주~임실~남원~구례 거쳐 하동 화개마을에서 남도대교 건너 좌회전해 16㎞정도 가면 된다.

△매화축제=매화마을에서 8일부터 16일까지 '매화문화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매화 특유의 멋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체험행사 위주로 펼쳐진다.
문의 광양시청(061)797-2114. 청매실농원(061)772-4066

△주변볼거리=섬진강변 절벽위에 자리한 무등암은 신비롭다. 대형 부처상 아래로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 풍경이 압권. 매화마을에서 다리만 건너면 경남 하동. 소설 토지의 무대와 화개장터, 차 시배지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출처 : 낙송의 집
글쓴이 : 낙송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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