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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불교 건축의 이해와 감상...

현정 (炫貞) 2008. 1. 17. 22:11



 

 

 

전통 불교 건축의 이해와 감상

 

 

  개요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사찰들은 주로 산 속에 위치하고 있다. 불교가 처음 우리나라에 건너오게 되었을 때는 우리나라도 평지가 많은 인도와 중국처럼 혹은 일본의 고대 사찰처럼 시가지의 중심부에 사찰이 건립되는 것이 상례처럼 되어 있었다. 하지만 시대상황과 사회적 여건에 따라 사찰은 수행이나 포교에 역점을 두는 특수성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사찰은 크게 평지가람형(平地伽藍型), 산지가람형(山地伽藍型), 석굴가람형(石窟伽藍型)의 세 가지 유형으로 발전되었다.



평지가람은 수도를 중심으로 넓은 사역에 장엄한 건축물을 가지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왕실의 원당이나 국찰(國刹) 등으로 많이 건립되었고 동시에 불교의 대중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깊은 산골에 자리 잡은 산지가람은 신라 말기에 도입된 선종(禪宗)의 영향과 풍수지리설에 의거하여 수도생활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특징을 지닌다. 석굴가람은 천연 또는 인공의 석굴에 건립하는 사찰로, 우리나라보다는 인도나 중국에 많았으며 주로 기도를 위한 도량으로 이용하였다.

 


불교를 국교로 감았던 삼국 및 통일신라시대, 그리고 고려시대에는 평지가람이 산지가람만큼이나 많았지만, 우리민족의 뿌리 깊은 산악신앙, 호국호법의 목적, 불교의 초세속주의 경향, 풍수지리학으로 인해 꾸준히 산지가람이 형성되었고, 무엇보다도 조선시대의 억불정책으로 인해 지금껏 알려진 대찰(大刹)들은 산지가람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사찰이 상징하는 것은 불국정토(佛國淨土)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찰은 불교의 독특한 우주관에 의해 전각들이 배치된다. 물론 교리적 해석이 다른 종파 사이에는 배치상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커다란 배치상의 차이는 없다. 사찰을 살펴보면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사찰의 중심에는 주 예배대상이 되는 부처님과 보살을 모신 불전(佛殿)이 위치하게 되며, 사찰의 초입부터 사찰의 중심까지 각각의 상징성과 격식을 갖춘 산문(山門)이 위치하며, 승려들의 수행과 생활을 위한 실용적인 공간인 요사채로 구성되어 있다.

  사찰의 전각들  

 사찰의 문

산사를 오르게 되면 우선 방문자는 산문과 마주치게 된다. 산문은 일주문(一柱門), 사천왕문(四天王門), 불이문(不二門)을 칭하는데 여기에서의 산은 불교의 독특한 우주관인 세계중앙의 가상의 산 수미산(須彌山)을 말한다. 즉, 이 문들을 차례로 통과하면서 번뇌와 고통의 세계인 세속의 마음을 떠나 수미산을 오르기 시작하여 부처님의 세계로 향해 가는 것을 뜻한다.

 


일주문(一柱門)은 사찰 초입에 세우는 문으로 기둥이 한 줄로 되어 있어 일주문이라 한다. 네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지붕을 얹는 일반적인 가옥 형태와 달리 일직선상에 있는 두 개 내지 네 개의 기둥 위에 지붕을 얹는 독특한 형식이다. 일주문에는 사천왕문이나 불이문처럼 문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며 대개 무슨 산의 무슨 절이라는 내용의 편액을 건다. 일주문은 사찰의 경계를 의미하면서 속세와 구별 짓는 문이다.

 


사천왕문(四天王門)은 사찰의 삼문 가운데 두 번째 문으로 네 방위를 수호하는 지국천(持國天), 증장천(增長天), 광목천(廣目天), 다문천(多聞天)을 봉안한다. 일반적으로 동방 지국천은 칼, 서방 광목천은 탑, 남방 증장천은 용과 여의주, 북방 다문천은 비파를 지물로 들고 있다. 사천왕은 수미산 중턱에 있는 사왕천의 주인으로 제석천왕을 섬기며, 불법 수호를 염원하고 불법에 귀의하는 사람을 수호하는 호법신이다.

 


불이문(不二門)은 대웅전 등 중심이 되는 법전 바로 앞에 세우는 마지막 문으로, 해탈문(解脫門)이라고도 한다. 불이는 진리를 나타내는 말이다. 생사가 둘이 아니며, 유무 또한 서로 다르지 않고, 현재와 미래가 둘이 아니라는 절대 평등의 경지를 드러내는 말이다. 일체에 두루 평등한 불교의 진리가 이 불이문을 통하여 재조명되므로 오직 이 문을 통해서 불교의 진리가 전개되는 것이다. 따라서 문 안과 밖의 세계가 완전히 별개임을 상징한다.

[범어사 일주문]
[통도사 천왕문]
[통도사 불이문]

 범종루, 보제루

산문을 지나면 범종(梵鐘)이 있는 범종각(梵鐘閣)이 위치하는데, 범종각이 2층으로 되어 있는 경우는 범종루(梵鐘樓)라고 한다. 이 건물은 일반적으로 불이문과 동일선상에 위치하고 있다. 즉 불이문을 들어서는 사람이 볼 때에는 왼쪽, 법당 쪽에서 볼 때는 오른쪽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사찰에서 법당의 오른편에 범종각이 위치하는데, 이는 불교의 체용설(體用說)에 입각하여 왼쪽은 체(體)에, 오른쪽은 용(用)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소리는 곧 용에 속하기 때문이다. 체에 근거하여 용은 다양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보제루(普濟樓)는 보통 규모가 큰 사찰에는 따로 있는데, 누각 형식의 이 건물은 보통 법당과 불이문 사이에 위치한다. 보제루가 있는 사찰에 가면 보통 불이문을 지나 이 건물 아래쪽을 통과하여 법당에 이르게 된다. 보제는 중생이 생사 왕래하는 세 가지 세계를 뜻하는 삼계(三界)에 투망을 놓아 인천(人天)의 고기를 건진다는 뜻이다. 대체로 사찰의 모든 법요식은 이곳 보제루에서 행해진다. 그 이유는 대웅전이 대중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지 못하기 때문이지만, 보제루처럼 대웅전을 올려다 볼 수 있는 누각에서 법요식을 베푸는 것이 옛 법식이었기 때문이다.

 

[통도사 범종루]
[부석사 안양루]

 불전
[금산사 대적광전]

산문과 범종각 그리고 보제루를 지나게 되면 불전이 비로소 나타나게 되는데, 불전은 부처님을 모신 집으로, 본존불과 보살, 호법신자등을 함께 봉안하는 사원의 중심이 되는 건물이다. 인도에서는 부처님을 금빛 나는 분이라는 뜻에서 금인(金人)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에 연유하여 신라시대에 부처님을 모신 집을 금당이라고도 하였다.

 


또한 불전이라고 하더라도 부처님, 보살, 나한, 신중에는 엄연하게 신앙적 위계가 있기 때문에 건물의 규모와 질 그리고 배치상의 위계가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대웅전(大雄殿), 대적광전(大寂光殿), 약사전(藥師殿), 극락전(極樂殿), 무량수전(無量壽殿), 미타전(阿彌陀殿), 용화전(龍華殿), 미륵전(彌勒殿)처럼 부처님을 모시는 전각이 가장 상단에 위치하며, 나한전, 응진전, 팔상전, 명부전, 원통전, 관음전(觀音殿)처럼 보살을 모시는 전각이 그 다음에 위치하며, 마지막으로 가장 아래에 칠성각, 독성각, 산신각의 신들을 모신 전각이 위치하게 된다.



대웅전(大雄殿)은 석가모니부처님을 봉안한 전각으로 대웅이란 말의 뜻은 인도의 옛말 마하비라를 한역한 것으로 법화경에서 석가모니부처님을 위대한 영웅, 즉 대웅이라 일컫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찰 경내의 가장 중심에 위치하며, 내부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문수와 보현의 두 보살을 봉안한다. 격을 높여 대웅보전(大雄寶殿)이라고 할 때는 주존불로 석가모니불을 좌우에 아미타불과 약사여래를 모시며 각 여래상의 좌우에 제각기 협시보살을 봉안하기도 한다.



비로전(毘盧殿)은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의 교주인 비로자나불을 본존불로 모신 전각이다. 화엄경(華嚴經...... 

[전등사 약사전]
[무위사 극락전]
[대흥사 천불전]
[용화사 보광전]
[통도사 적멸보궁]
[은해사 거조암 영산전]
[금산사 미륵전]
[법주사 원통보전]
[통도사 명부전]

 기타

사찰에는 불전과 보살전 말고도 기타 전각들이 있는데, 조사당(組師堂), 칠성각(七星閣), 산신각(山神閣), 독성각들이(獨聖閣) 있으며, 강당과 승당이 있다.

 


조사당(組師堂)은 고승의 영정을 모시는 전각으로 대표적으로 순천 송광사 국사전(國師殿)과 부석사 조사당 등이 있다. 송광사 국사전은 여러 국사들의 영정이 모셔져 있고 부석사 조사당에는 창건주인 의상(義湘, 625~702)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칠성각(七星閣)은 치성광여래(북두칠성)를 모시는 전각이고, 산신각(山神閣)은 우리 고유의 토속신인 산신을 모시는 전각이다. 그리고 독성각(獨聖閣)은 말세 중생에게 복을 베푸는 나반존자(那般尊者)를 봉안한 전각이다. 이 세분을 함께 모실 때는 삼성각(三聖閣)이라 한다.


강당(講堂)은 설법이나 법요식을 행하는 건물로, 조선시대에는 법당이라고 불렀다. 대표적인 강당은 봉정사의 화엄강당과 불국사 무설전(無說殿)등이 있다.

 


승당은 승려들이 좌선 정진하는 곳이다. 하지만 승려들이 거처하는 곳인 요사와는 구분하기 위해 참선하는 방이나 집을 통칭하여 선방이라고 한다. 이 곳에는 보통 수선당(修禪堂), 심검당(尋劒堂), 선불장(選佛場)이라는 편액을 건다.

 


사찰은 기본적으로 정진의 도량이며, 궁극적으로 그 곳은 부처의 세계로 중생을 인도하는 곳이다. 그리하여 사찰은 초입(初入)의 산문에서부터 전각들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우주관을 그대로 담고 있다. 사찰의 배치와 구성은 각 시대마다 불교계가 처한 상황으로 인하여, 혹은 교리해석과 의례의 변화로 인해 변화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사찰은 교리의 표현과 생활의 의례를 기본원리로 삼았다. 그로 인하여 각 전각들은 나름의 위계와 각각의 상징성을 가지면서 배치되었고, 이러한 다양한 전각들은 통일된 원리에 의해 사찰을 구성하고 있다.

[부석사 조사당]

[봉정사 화엄강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