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아이들 미래를 위하여
〈김종숙/ 서울 구산초등 교사〉
나는 평생 학교만 다니고 말았다는 우스개 소리를 듣는 중견교사이다. 그런데 아직도 가끔 학교에 적응을 못할 때가 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진정으로 키워야 할 능력을 수행평가 하면 무기력할 정도로 반응이 없다가도 단원평가 시험지를 대하면 갑자기 눈이 반짝거리는 아이들이 많다.
그것은 아이의 가치를 시험성적으로 판단하는 학부모의 압력이 뒤에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시험지 100점 맞으면 원하는 것 해 준다고. 무심코 아이들에게 드러내는 부모의 가치관이 그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생각을 해 보았는지 모르겠다. 세상이 바뀌어 가는데도 부모는 아이들의 생활 능력과 사고를 확장해 주려고 노력하기보다 시험점수에 얽매여 아이들의 교육을 방해하고 있다.
아들은 고등학교 1학년이다. 그 아이는 교육의 틀 안에서 불편을 겪는다. 지금은 교육현장의 평가도 많이 달라졌지만 과거에 선택형 시험이 주를 이룰 때 그 아이는 정답을 잘 고르지 못했다. 정답이 아닌 것들에 묻어나는 다른 의미들을 버리지 못하고 끙끙거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정답을 유보해 놓고 다른 답을 가지고 생각을 거듭하고 의미를 부여하느라고 시간을 끌다가 시험을 망치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선택형 답안지는 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했다.
중학교 때 학생회장을 하면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갖는 성적기대치를 생각하며 밤새워 공부도 해 보고 무척 노력을 했지만 결국은 좋은 점수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시험지에서 그의 성적이 나쁘게 나오는 것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아이만이 가진 그런 특성을 점수를 통하면 나타낼 수 없지만 오히려 그것이 아이를 더 큰 생각의 세계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좋은 점수가 안 나오면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 또한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정답만 찾으려 하지 않고 나름대로 많은 것을 따스하고 안타깝게 보는 아이의 마음과 인간사랑의 힘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하루 아침에 키워지는 것이 아니고 어디에서 얻을 수도 없는 것이다. 그것은 평가라는 이름으로 나타낼 수도 없고 점수화할 수도 없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은 부모로서 교사로서 그런 특성을 가진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런 아이들의 미래도 믿고 기대해 주는 것이다. 부모의 욕심이 어떠하든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지 아이들은 자기의 내부 힘을 키워서 먼 미래까지 살아갈 것이다.
아이들이 가진 커다란 능력과 아름다운 생각을 무시한 채 학교와 사회가 설정한 표현양식으로 정답이라는 틀에 맞춰 그들의 능력을 표현해야만 쓸모가 있는가? 설정한 목표에 도달한 아이만이 성공한 것인가? 과연 이 사회와 교육현장에서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잘 크고 있는 것일까?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학교와 사회에서 아직도 자주 좌절하고 고뇌하는 내가 무능한 교사인가? 더불어 교육현장을 평가라는 명목 하에 시장 경제화시켜가려는 요즘 세태를 보며 훗날 백년대계라는 이름 하에 우리 후손이 받아야 할 결과가 어떨지 두려워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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