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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머 니 ! ....

현정 (炫貞) 2007. 11. 2. 22:51
어 머 니 !
 
 
 


어머니/정호순


겨울 긴 산골, 산꼭대기 동네
문풍지 잉잉 울고
짐승도 추위에 떠는 
혹한 엄동설한에
어머니는 
거랑에서 빨래를 빨았지요
연탄불에 데운 물로
치대고 문지른 애벌빨래를 
천 미터 떨어진 산아래 거랑에서
헹구어 오셨습니다
빨래방망이로 얼음을 깨고 
곱은 손을 입김으로 불면서 
비틀고 짜고 헹구었지요 
어머니가 빨래를 빨았던 것처럼
베란다에서 아내가 빨래를 빱니다
쌩쌩 돌아가는 세탁기에서 
겨울바람 소리가 납니다
아, 어머니
어머니는 얼음이 언 거랑에서 
여태까지
빨래를 하고 계시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