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윤은혜가 우유 배달 자전거를 세워 두던 대문 2 2층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마당과 멀리 인왕산 자락. 파라솔 옆 널찍한 바위는 와인 한잔 마시며 경치 감상하기에 딱 좋은 곳.
큰 개 데리고 산책하기 좋은 서정적인 언덕길, 악상이 절로 떠오르는 경치 좋은 작업실. 체감 시청률 50%라는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열혈 팬이 아니라 해도, TV 화면에서 스쳐 지나가던 극중 최한성의 집을 단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궁금했을 것이다. 분명 세트장도 아닌데 저렇게 예쁜 경치를 품은 저 집은 어디일까, 과연 누구의 집일까. 나무 데크 깔린 테라스와 서정적인 초록 나무가 보이는 침실, 자그마한 마당엔 말 모양의 큼직한 석조물까지…. 과연 ‘그림 같다’는 말이 제대로 들어맞는 이 집은 서울 한가운데서도 사람 사는 ‘동네’ 냄새 폴폴 나는 서울 부암동 언덕배기에 있었다. 대문에 빗장 걸린 ‘남의 집’이 아니라 현재 카페로 운영되고 있는 ‘열린 집’이라는 사실에 살짝 설레기까지 했던 곳. 북악산 자락의 ‘모퉁이’에 있는 카페 ‘산모퉁이’의 대문은 이른 아침부터 활짝 열려 있었다.
우연히 ‘살고 싶은 집’을 찾다
3 대문 입구의 큼직한 말 석조물. 대문 쪽으로 난 뒷마당 말고도 현관을 통해 나가는 앞마당에도 같은 말 석조물 2개가 나란히 서 있다. 집주인인 김의광 관장의 수집품으로, 드라마에 등장한 후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4 최근 카페 산모퉁이를 찾는 이들이 많아져 집주인 김의광 관장도 인사동 목인박물관에 있는 시간보다 이곳 부암동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사방으로 펼쳐진 산 풍경은 그림이 따로 없다. 촬영 장비를 풀 새도 없이 주변의 육중한 석조물과 확 트인 경치에 폭 빠져 있노라면 슬며시 집주인이 부러워진다. 산모퉁이 카페의 주인은 태평양의 설록차를 만드는 장원산업 회장으로 지내다 은퇴 후 현재 인사동에서 목인박물관과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김의광 관장이다. 목인은 사람이나 동물의 모양을 나무로 조각한 목조각상을 의미하는 말로, 그가 평생 모아온 수천 점의 목조각들이 전시되어 있는 목인박물관은 국내 유일한 목조각상 전문 박물관이다.
과연 사람과 집의 인연은 따로 있는가 보다. 그의 직함에서도 알 수 있듯 김의광 관장은 풍류와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었고 이렇게 특별한 집이 그의 눈에 든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었던 듯. 우리의 전통 민예품뿐 아니라 다양한 미술 작품에 두루 관심이 있던 그는 3년 전 부암동 근처의 갤러리에 들렀다가 매물로 나와 있던 이 집을 발견했다. 몇 개월 동안 팔리지 않고 있던 집이 김의광 관장 눈엔 ‘내 집이다’ 싶게 들어왔고 그는 망설일 겨를도 없이 집을 구입했단다. 목인박물관 관장이라는 직책에 이렇게 특별한 카페까지, 여러모로 그 역시도 마당 딸린 주택에 살 것 같았지만 현재 그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 집은 나중에 더 나이 들면 거주할 목적으로 구입한 후 소품 창고처럼, 별장처럼 사용해 왔다고. 인사동 목인박물관에 있는 각종 목조각상 말고도 다양한 가구와 소품들, 석조물 등 수집품들이 워낙 많았으니 일반 아파트가 아닌 옛 물건들과 잘 어우러질 집이 필요했던 것. 방송에서 윤은혜가 타고 놀던 큼직한 말을 비롯한 다양한 석조물이나 멋스러운 고가구들 모두 방송용 ‘세트’가 아닌 그 자리에 원래 있었던 집 주인의 수집품이었던 것이다.
5 담장은 낮지만 담너머는 온통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집. 마당 곳곳에 고풍스런 석조물과 돌확들이 있다.
비 내리던 날 차 마시러 한 번, 사진 촬영을 위해 두 번. 카페 산모퉁이에는 며칠 간격으로 총 3번을 들렀다. 가까이는 북악산과 인왕산 자락이 앞산, 뒷산처럼 펼쳐져 있고 멀리 한강 너머의 관악산과 63빌딩까지 훤히 보이는 경치는 갈 때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전해졌다. 숲으로 둘러싸인 앞마당은 탁 트인 풍광과 어우려져 시원스럽고, 오솔길에서 들어서는 대문 입구의 뒷마당은 운치 가득하다. 극중 이선균의 거실과 침실, 주방으로 나오는 1층은 촬영이 없을 땐 고재 테이블 몇 개 놓인 카페의 메인 공간이 된다. 음악 작업실로 나오는 2층은 김의광 관장이 그간 모아 온 앤티크 가구에 커피프린스 팀의 소품인 드럼, 오래된 LP음반, 음악을 연주하는 뮤직 피규어 등이 촬영 상황 그대로 세팅되어 있다. 2층 음악 작업실의 나무 데크 깔린 테라스에는 이선균이 누워서 노래를 부르던 원목 선 베드와 파라솔이 인왕산 자락을 배경으로 놓여 있어 TV 볼 때의 감동을 그대로 재연한다. 지하는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는데, 현재 극중 한유주의 그림으로 나오는 김유선 작가의 자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상태다.
그 집의 풍경, 여럿의 것이 되다
6 최한성이 인왕산 자락을 배경으로 원목 선 베드에 누워 노래를 부르던 모습은 드라마 속 명장면 중 하나였다. 시원스럽게 펼쳐진 풍경이 감탄을 자아내는 2층의 테라스다. 7 나무 문짝을 활용해 사진과 그림을 세팅한 손쉬운 인테리어는 드라마 촬영팀의 아이디어라고.
8 극중 최한성의 작업실로 나오는 2층 공간. 김 관장이 수집한 가구들에 드라마 촬영 소품으로 쓰이는 드럼과 오르간, 뮤직 피규어들이 세팅되었다.
9 최한성의 작업실에 세팅되어 있는 뮤직 피규어. 10 2층에는 드라마 촬영을 위한 세트와 함께 김의광 관장이 수집해 온 고가구들이 놓여 있어 드라마 촬영 때도 그대로 등장한다.
드라마의 인기 몰이 덕분에 테이블도 몇 개 없는 카페 내부는 갈 때마다 손님들로 북적였다. 어떻게 알고들 찾아왔는지 멀리 대구, 부산서 길 물어 가며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할머니, 아들, 손주 3대가 같이 온 가족, 젊은 연인 등 손님들도 다양했다. 사람들 모두 곳곳에서 셔터를 누르며 TV에서의 장면들을 떠올리느라 분주하다. 마음 넉넉한 카페 주인은 지하와 1, 2층을 오가며 마음 들뜬 손님들에게 카페 곳곳을 소개해 준다. 일일이 응대하는 것도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겠구나 싶어 물으니, 웬걸 젊은이들의 얘기를 듣고 그들의 정서를 접할 수 있어 오히려 즐겁다나. 드라마 촬영 소품과 아끼던 가구가 사람들 손이 타는 것도 신경 쓰일 것 같지만 김의광 관장은 개의치 않는다. 원래 카페를 만든 목적이 ‘여러 사람들과 이 경치를 나누자’는 것이었으니, 본래의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어 흐뭇하다는 것.
11 최한성의 침실엔 따로 테라스가 있어 운치를 더한다. 촬영이 없을 땐 침실 공간과 테라스 공간에 각각 커피 테이블이 놓여 카페로 이용되는 곳. 12 촬영 때는 소파가 놓여 최한성의 집으로 등장하는 곳. 평소엔 이렇게 고재 테이블 몇 개가 세팅, 카페의 메인 공간이 된다.
13 앞마당에서 1층 카페로 들어오는 입구. 마당 끝자락에서 곧바로 산 아래의 숲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따로 담장도 필요 없다.
“지인들이 놀러 와서 차를 마시거나 와인을 마실 때마다 카페를 하기에 딱 좋은 곳이라고 얘기를 하더군요. 나 역시 나중에 살기 위해 아껴 두던 집이지만 좋은 장소와 경치를 여러 사람들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덕분에 해발 160m, 부암동 언덕배기에 조용히 숨어 있던 이 집의 경치는 여러 사람의 것이 될 수 있었다. 당분간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열혈 팬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겠지만 드라마와 상관없이도 카페 산모퉁이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이 생겨날 것 같다. 한 번 특별한 경치를 본 사람이라면, 아끼는 이를 위해 분명 산모퉁이를 소개하고 싶어질 테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