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촉 같이 빠른 속도로 흘러가며 능률과 경쟁을 우선하는 요즘 세태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잃어 버리고 사는 경우가 많다.
하루가 멀다하고 나라 안팎에서 터져 나오는 대형 사건과 갈수록 늘어나는 인생의 포기자. 거리에 넘쳐나는 실직자들.
‘삶은 과연 이런 모습밖에 지닐 수 없을까’ 하는 답답함으로 5월 마지막날 정오께 함양읍 죽림리에 있는 지리산 두레마을을 찾았다.
두레마을은 구름이 낮게 깔린 울창한 숲속에 조립식 건물 9채와 자그마한 방갈로 10채로 구성돼 있었다.
마을 대표인 김호열 목사의 안내로 식당에 자리를 잡자 오전 노동을 마친 두레식구들이 땀을 닦으며 하나 둘씩 들어왔다.
‘대가족’으로 불리는 두레식구는 김 목사를 포함한 목회자 4명과 일반인 31명 등 모두 35명.
지리산 두레마을은 “‘잃어버린 자’들에게 진리를 전하고 가난을 극복하는 운동을 펼치자”는 김진홍 목사의 뜻에 따라 지리산 자락 13만여평의 부지에 2004년 3월 문을 열었다.
김호열 목사는 “이곳은 자연속에서 함께 일하고 나누며 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하는 국내 유일의 생태 종합공동체”라며 “노동을 통해 자연을 배우고 함께 사는 기쁨을 추구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키부츠처럼 신앙. 생활. 경제의 삼위일체를 이뤄 더불어 살아가는 대안 공동체라는 말이다.
식사 뒤의 휴식이 끝나자 두레가족들은 영농과 토목·목공 분야별로 오후 노동을 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식당 위쪽 비닐하우스에서 목공일을 하던 A(42)씨는 “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대뜸 “나는 사회에서 도태된 사람”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4년간 직장생활을 했지만 경쟁사회에 도저히 적응하지 못해 술에 의지하다가 2006년에 이곳에 들어왔다”면서 “아직 기독교인은 아니며 영적생활과 노동을 하면서 예전에 몰랐던 밝음과 따스함을 내면에 느끼고 있고 새로운 꿈도 찾는 중”이라고 웃었다
마을 안길을 따라가다 만난 B(26)씨는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지금은 고된 일을 하면서 얼굴이 그을린 활달한 청년이지만. 올 초 부친에게 이끌려 이곳에 올 때만 해도 자폐증 증세로 하루 종일 말없이 인터넷 게임만 했다고 한다.
토목팀장으로 계단 보수작업을 하던 최헌식 목사는 “목회능력이 없으니 여기와서 노동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지만. 공동체운동 확산에 열정이 많은 목회자라고 다른 사람들이 전했다.
공동작업이 한창인 허브농장에서 만난 홍창준 전도사는 식솔들을 데리고 지리산 두레마을 개원 때 들어온 공동체의 대표적 구성원이다.
가족의 최저 생활비와 초등학교·유치원에 다니는 세 자녀의 학비는 공동체에서 분담해 준다.
그는 “두레공동체는 능력껏 일하고 필요한 만큼 사용하기 때문에 생산과 분배에 대한 다툼은 없다”며 “‘개성’이 강한 식구들을 보살피는 김 목사는 월급도 없는데 비하면 나는 풍족한 편이고 가족들이 건강한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지리산 두레마을은 땅과 사람을 살리는 공동체적 가치를 함께 나누기 위해 귀농학교와 여름 방학중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말씀과 노동학교’ 등의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1만5천여 두레회원은 물론 일반인들도 참가할 수 있다.
김 목사는 “단기 교육생들은 방갈로에 수용할 수 있으나 어려운 재정으로 두레마을 입주자들을 많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이같은 공동체가 존재함으로써 ‘이렇게도 살아갈 수 있구나’는 희망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우홍기자 leewh@knnews
내가 가본 두레마을 전경
![](https://t1.daumcdn.net/cafefile/pds34/3_n_u_18bXs_AyHX_000_00_00000017)
![](https://t1.daumcdn.net/cafefile/pds39/18_n_u_18bXs_AyHX_000_00_00000017_02)
![](https://t1.daumcdn.net/cafefile/pds36/1_n_u_18bXs_AyHX_000_00_00000017_03)
![](https://t1.daumcdn.net/cafefile/pds37/19_n_u_18bXs_AyHX_000_00_00000017_04)
![](https://t1.daumcdn.net/cafefile/pds36/33_n_u_18bXs_AyHX_000_00_00000017_05)
![](https://t1.daumcdn.net/cafefile/pds35/36_n_u_18bXs_AyHX_000_00_00000017_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