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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주사·발기주사 '웃으면서 맞아요'

현정 (炫貞) 2007. 5. 10. 15:39
 

웰빙주사 시대… '치료'에서 '행복'까지


해장주사·발기주사 '웃으면서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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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파야만 주사를 맞는 것은 아니다. 멀쩡한 사람들도 더 편리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원하는 주사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맞는다. 날카로운 주삿바늘이 ‘웰빙’의 즐거움을 온몸으로 전달하는 메신저로 대접받는 시대. 일상 깊숙이 들어온 주사들은 이제 두려움 보다 기대감으로 주사를 선택한다.

▦ 술 마시고 해장국 먹듯-태반주사

독신 직장인 최모(38)씨는 얼마 전 맞아 본 태반주사의 효과에 푹 빠져있다. 이 주사를 맞은 뒤로는 술 마신 다음 날 숙취가 씻은 듯 사라졌고 아침잠을 털고 일어나기도 쉬워졌다. 피부색이 살아났다며 소개팅하라는 친구들의 너스레가 끊이지 않는다. 최씨는 “생각 같아선 일주일에 한 번씩 맞고 싶을 정도로 피로회복에 그만” 이라며 “해장국을 먹은듯이 몸이 확 풀린다”고 말했다.

태반 추출액의 비타민과 무기질성분으로 이뤄진 태반주사는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 최고의 피로회복제로 꼽힌다. 일주일에 두번씩 맞는 마니아들이 있을 정도다. 강남과 강북 등 지역에 따라 비용 차이가 있는데 보통 한 대당 5만~15만원으로 고가이지만 찾는 이들이 많아 대표적인 ‘웰빙주사’로 꼽힌다

간 기능 개선 효과를 인정 받아 시판이 허가되기는 했지만 태반주사는 아직 각종 부작용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특히 피로회복의 효능에 너무 매달려 남용할 경우 살이 찌고 신경이상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김창우 정동병원 원장은 “피로회복 이외에 인대염증치료, 관절통, 피부개선용으로 널리 쓰이고 있지만 병원의 과대홍보만을 믿고 오ㆍ남용하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작용을 부를 수 있으니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적절하게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비아그라는 저리 가라-발기주사

발기부전 치료제를 대신하는 발기주사도 고개 숙인 남성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웰빙주사’ 가운데 하나이다. 일명 ‘불뚝주사’로 불리는 자가 발기주사기 중 대표적인 브랜드는 ‘페니파워’로 만년필처럼 생겨 휴대하고 주사하기에 간편하다. 볼펜 심처럼 튀어나오는 일회용 주삿바늘을 통해 프로스타글라딘이라는 발기유발 약제를 음경에 주입하는 것으로 성 관계 20여 분 전 주사해 1시간 30분까지 발기를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주사기와 주사액은 전문의의 처방을 거쳐야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주사기는 개당 5만 원, 약제는 일회용에 1만5,000원이다. 발기부전치료제와 달리 국소부위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당뇨 등에 부담을 주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스스로 주사를 하는 과정이 어색해 아직 보편적인 발기부전 치료요법으로 확산하지는 않고 있다.

한 비뇨기과 관계자는 “주사 놓는 방식이 생각외로 간단하고 통증이 없어서 발기부전 남성들이 많이 선택한다” 며 “다만 효과를 더 보겠다며 과다용량을 주사하는 등 남용했을 때 발기지속증 같은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키 크고 싶다면-성장주사

엄밀히 말하면 성장호르몬 주사는 저성장증을 치료하는 처방이지만 집에서 보호자가 자가주사를 놓는 방식을 택한다는 의미에서 ‘생활 속 주사’로 분류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호르몬 결핍증, 터너증후군 등으로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작은 아이들에게 쓰인다. 1주일에 6번 저녁에 1㏄ 주사기로 호르몬을 주입해야 하기 때문에 보호자에게 주사 놓는 법을 가르쳐주고 직접 자가주사를 하도록 한다. 비용이 만만치 않다. 몸무게 40㎏의 환자를 기준으로 1년간 비용이 1,000만 원(건강보험 미적용 경우)에 달할 정도이다.

김호성 영동세브란스병원 소아과 교수는 “저성장 어린이의 성장판이 닫힐 때까지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치료를 마치고 나면 최종 성인키가 정상치에 대체로 근접하는 것으로 연구결과가 나와있다” 며 “마치 당뇨인이 인슐린을 주사하듯 양팔, 허벅지, 배, 엉덩이 등에 돌아가면서 주사를 놓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상 키임에도 자식들에게 성장호르몬을 맞추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간혹 있다. 정상적인 호르몬 분비가 이뤄지는 아이가 이 주사를 맞으면 키가 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으로 당뇨병, 갑상선 기능 장애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혹여 몸에 암세포가 있다면 성장 호르몬은 암세포 마저 크기를 키운다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 탈모 남성의 새로운 선택-메조 테라피

메조 테라피는 원래 신체의 진피 성분으로 이뤄진 약물을 색소가 침착됐거나 탄력이 떨어진 피부에 주사해 젊어 보이게 만드는 미용 주사다. 그런데 최근 이 주사가 모근을 건강하게 하고 모발의 생장을 돕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탈모 증상 완화 주사제로도 각광 받기 시작했다.

두피에 하는 메조 테라피 시술도 주사로 이뤄진다. 한번 시술에 수 십~수 백 번 가량 주사를 놓지만 바늘이 얇고 주사액이 미량이라 통증은 거의 없다. 탈모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1주 간격으로 10회 정도 시술하면 효과가 기대되며 비용은 1회에 9만원 정도이다

▦ 보톡스, 필러… 해피 드러그(Happy drug)는 계속 된다.

미용 분야 만큼 웰빙 주사가 적극적으로 쓰이는 곳이 또 있을까. 원래 운동신경장애 치료제였던 보톡스가 주름 펴는 약으로 전용되어 ‘회춘’을 꿈꾸는 중년들 사이에 가장 대중적인 해피 드러그(Happy drugㆍ치료가 아닌 삶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약품)로 자리잡은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인체 세포 성분 중 하나를 증폭시켜 만든 물질을 주사기로 주입, 얼굴의 입체감을 살려주는 ‘필러주사’시술도 간편하게 외모를 바꾸기 원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생활 주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영원한 젊음과 회운에 대한 욕망은 웰빙 주사를 진화시키는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