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6명 중 1명, 혹은 55세 이상 노인들 가운데 80%가 관절염을 앓고 있다. 특히 중년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3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독 우리나라에, 또 여성들에게 관절염이 많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좌식생활과 쪼그려 앉아 일하는 습관들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관절을 망치는 잘못된 생활습관
자동차 타이어도 오래 쓰면 마모되듯이 관절 역시 나이가 들면서 점점 상처나고 두께가 얇아지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40세 이후에는 관절연골의 마모가 시작되고 70세쯤에는 대부분 관절을 이루는 주위 뼈의 변형을 일으켜 퇴행성관절염 증세를 가지게 된다고 한다. 세란병원 정형외과 궁윤배 과장은 “여성들의 경우 관절이 남자보다 작은 데다가 갱년기 이후에 에스트로겐 분비의 변화로 인해 연골 약화가 급속히 진행된다”고 말한다. 가사 노동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항목이다. 가사노동은 쪼그리고, 비틀고, 허리를 구부리는 등 허리 및 관절을 무리하게 움직이는 동작이 많아 관절 건강을 해치기 쉽다.
▲바닥에 앉아 일하기=좌식 생활에 익숙한 우리나라 주부들은 유난히 바닥에서 하는 일이 많다. 명절이나 제사 음식을 준비할 때면 으레 바닥에 앉아 음식을 만든다. 일상적인 가정 생활에서도 역시 바닥에 쪼그려 앉아 일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구부정한 자세로 무릎은 굽힌 상태를 오랫동안 지속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무릎과 허리에 무리가 가게 된다.
가능한 일감을 식탁에 놓고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아 일을 하는 것이 좋다. 바닥에 앉게 된다면 방석 등을 놓고 앉거나 등을 벽에 대고 앉는 등 쪼그려 앉지 않도록 한다. 10분에 한번씩은 다리의 위치를 바꾸는 등 자세를 바꾸고, 30분에 한번은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쪼그려 앉아 빨래하기=세탁기 성능이 좋아도 손빨래 만큼은 못하다고 생각하는 주부들. 때문에 세탁실에 쪼그려 앉아 빨래를 하기 일쑤이다. 하지만 손빨래를 할 때에도 쪼그려 앉지 말고 허리 높이의 세면대에서 허리를 펴고 손빨래를 하거나, 바닥에서 할 때는 간이 의자에 앉아 무릎을 쭉 편 상태에서 다리를 벌리고, 가운데에 빨랫감을 두고 세탁하는 것이 좋다.
▲엎드려 물걸레질 하기=외국 여성들에 비해 우리나라에 유난히 무릎 관절염 환자가 많은 이유는 주부들의 무릎을 구부리고 일하는 습관 때문이다. 보통 무릎이 130도 이상 심하게 구부러지면 무릎 앞쪽 관절에 체중의 7~8배에 달하는 무게가 실린다고 한다. 따라서 관절건강을 위해서라면 엎드려서 걸레질을 하기보다는 봉이 있는 대걸레를 이용해 서서 닦는 것이 좋다.
◇운동으로 관절을 지키자
미국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성인 비만을 가진 사람 중 3분의 1이 관절염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관절 수술을 받는 환자 3명 중 2명이 비만이라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비만은 퇴행성관절염의 주원인이다. 나이가 들면서 운동량이 감소하면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고 따라서 비만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관절염 역시 악화되게 마련이다. 물론 나이에 상관없이 살이 찌면 무릎 관절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연골마모가 급속도로 진행된다. 흔히 체중 1㎏이 늘어날 때마다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은 4~7배 증가한다고 한다.
따라서 꾸준한 운동과 체중 관리는 관절염 예방에 제1 덕목으로 꼽힌다. 물론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으로 일상생활도 제대로 못하는 환자들의 경우 운동은 그림의 떡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세란병원 정형외과 궁윤배 과장은 “자주 쓰지 않은 기계가 녹슬 듯 우리 관절도 아프다고 그냥 두면 점점 기능을 잃고 만다. 실제 관절을 움직이지 않고 한 자세로 장기간 고정하면 관절연골의 약화 및 변성이 초래된다. 따라서 관절이 안 좋은 사람일수록 꾸준한 운동은 필수”라고 충고한다. 단 관절에 충격이 많이 전달되는 운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관절 주위의 근육이나 뼈가 점점 약해지고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관절이 뻣뻣하게 굳어지고 그 기능 역시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때문에 꾸준한 운동을 통해 관절 주위의 근육들을 단련시켜 약해진 관절을 더 이상 상하지 않도록 보호해 주고, 관절의 강직이나 변형을 예방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운동은 관절염 환자들의 통증 역시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관절과 근육이 튼튼해지면 자연스럽게 통증이 줄어들게 되고, 운동을 할 때 뇌에서 분비되는 엔돌핀이라는 물질이 천연진통제 역할을 해 줄 수 있어 통증을 이겨내도록 도와준다.
◇관절엔 어떤 운동이 좋을까
▲걷기=관절 건강을 걱정한다면 일단 무리한 운동은 금물이다. 걷기는 비만을 예방할 뿐 아니라 허벅지 앞쪽 근육을 강화시켜 관절염 예방에 효과적이다.
▲등산=관절염이 있는 환자들은 무리한 등산을 피하는 것이 좋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가벼운 산행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단, 울퉁불퉁하지 않고 계단과 돌길이 없는 완만한 경사의 산길이 좋으며, 1시간 내외, 3㎞ 정도의 거리가 알맞다.
▲수영=중증의 관절염 환자에게 물속은 더 없이 좋은 운동장소이다. 물의 부력이 체중에서 받는 충격을 완화시켜주기 때문에 근육이나 관절에 무리를 덜 줄 뿐 아니라 부상의 걱정도 덜어준다. 때문에 수영은 관절염 환자뿐 아니라 척추계 환자나 비만, 고령자 등에게도 매우 좋은 운동이다.
▲계단 오르기=관절염 환자들에게는 적절하지 않는 운동법이다. 계단 오르기는 쿵쿵 뛰거나 무릎을 심하게 구부려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러닝머신=겨울철이나 장마철에는 기온변화는 물론 습도차로 인해 통증이 더 심해진다. 이때에는 간단한 실내 운동을 꾸준히 해 주는 것이 좋다. 통증이 심해도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고정식 자전거, 러닝머신 등을 활용해서 실내 운동을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